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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과학TALK] 동물실험 대체할 미니 간·미니 뇌 개발 한국서도 본격화

  • 김민수 기자
  • 입력 : 2018.08.05 08:00 | 수정 : 2018.08.06 09:49

    201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치매 및 뇌졸중 치료를 위해 2만여개의 뇌세포로 이뤄진 이른바 ‘미니 브레인(mini brain)’을 대량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2013년 오스트리아 연구팀이 미니 뇌를 처음 만들었지만, 대량 생산하는 기술은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개발한 것이다.

    인간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미니 뇌는 치매나 뇌졸중, 자폐증 같은 뇌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테스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보통 약물 테스트에는 쥐와 같은 동물모델이 쓰인다. 하지만 인간의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뇌를 활용하면 약물이 약리작용과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미니 브레인을 묘사한 모식도. /존스홉킨스대 제공.
    미니 브레인을 묘사한 모식도. /존스홉킨스대 제공.
    이같은 인간 장기를 모사한 생체 칩 연구는 뇌뿐만 아니라 간, 위, 심장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 주로 선진국에서 발달한 생체 장기 모사 연구가 최근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UNIST는 7월 말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의과대학(WRIRM), 스위스 바젤대학 의과대학(UniBasel)과 공동으로 생체장기 모사 기술을 연구하는 ‘UNIST-WRIRM-UniBasel 생체장기모사 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올해 상반기 뇌과학연구소 산하에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을 출범시키고 미니 브레인 개발에 착수했다. 두 기관은 몇 년 내에 질병 연구와 약물 작용 연구를 지원하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미니 장기를 개발하는 성과를 내놓겠다는 각오다.

    ◇ ‘간(肝)’ 기능 대체할 생체장기모사 칩 개발 나선 UNIST

    UNIST가 미국, 스위스 연구진과 공동으로 개소한 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은 김철민 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간은 인체로 들어오는 케미칼(화학약품)과 독소를 분해하고 컨트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간의 기능을 모사한 생체 칩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신약후보물질들의 생리 활성과 독성 테스트를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간 조직의 특성을 최소한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니 간’ 개발에 우선 도전한다. 인간 세포를 배양해 간 조직을 성장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간 내부의 혈관이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노폐물 분출 메커니즘 등 다양한 순환 회로를 만들어 최대한 간에 가깝게 구현한다는 게 목표다.

    미니 간을 구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센터는 암 모델도 연구할 계획이다. 암세포가 자라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과정을 실제 분자나 세포 수준에서 관찰해 암세포 생장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겠다는 의도다.

     UNIST가 개발중인 생체 장기 모사 칩. 한쪽은 혈관, 다른 쪽은 채널이다. /UNIST 제공.
    UNIST가 개발중인 생체 장기 모사 칩. 한쪽은 혈관, 다른 쪽은 채널이다. /UNIST 제공.
    김철민 교수는 “배양된 세포나 동물실험에 의존하는 기존의 전임상(동물실험)은 실제 인체장기가 작동하는 생리환경을 똑같이 반영하지 못한다”며 “동물실험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와 비용·시간 낭비, 결과의 부정확함 등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뇌 신경전달 메커니즘 밝히는 ‘미니 브레인’ 개발 착수

    KIST 뇌과학연구소의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은 미니 브레인을 통해 뇌에서 이뤄진 생각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지 밝히는 연구를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뇌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지만 우선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비롯해 자폐증, 우울증 등을 이해하기 위한 미니 브레인 개발에 적극 나섰다.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최낙원 박사는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연구를 가능케 해주는 공학적인 도구를 제공하는 게 연구단의 목표”라며 “올해 처음으로 기관 신규 연구과제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특히 뇌 영역별로 신경회로가 자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을 만들어 초음파나 전기 자극 등을 통해 신경회로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최 박사는 “뇌질환 같은 잘못된 현상을 고치려면 정상일 때의 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인체 장기 중 인간이 가장 무지한 영역이 뇌”라며 “특히 뇌질환 치료 약물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의 약 90%가 임상에서 실패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미니 브레인을 공학적 관점에서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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