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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휴가 전 보너스 기대했는데”…현대모비스 과장들, 연말에 성과급 받는 사연은?

  • 진상훈 기자
  • 입력 : 2018.08.03 08:00

    “오랜만에 임금협상이 일찍 타결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더군요”

    2일 현대모비스(012330)의 한 과장급 직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년 이어져 오던 성과급 지급 관행을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루 아침에 바꿔버렸다”며 “성과급을 기대하고 지출계획을 세웠다가 곤란해진 직원들이 주위에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조선일보DB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조선일보DB
    사연은 이렇다. 현대자동차(005380)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예상보다 이른 지난달 27일 타결했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과 격려금 250%+280만원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는 매년 임금협상을 마친 후 성과급을 나눠 일부는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연말에 준다. 현대모비스 직원들도 현대차의 임금협상 결과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올해도 임금협상 타결 직후 현대차는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 150%와 280만원을 즉시 지급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성과급의 지급 방식이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대리급 이하 직원들에게는 매년 해오던대로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올 연말에 성과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과급을 받을 것을 기대했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성과급 지급방식 변경 이후 직장인 익명 SNS인 블라인드와 현대모비스 사내 커뮤니티 등에는 회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익명의 현대모비스 직원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을 미루면서 아무 설명조차 없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며 회사를 비난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거액의 성과급을 가지고 ‘이자놀이’라도 하려는 것이냐”, “성과 평가라는 토를 달고 연말에 성과급을 깎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글도 올라왔다.

    현대모비스는 성과급 지급방식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회사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성과급을 연말로 미룬 것은 현재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두 달 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단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작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현대차그룹이 다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만약 현대차그룹의 계획대로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 분할이 이뤄질 경우 상당수 직원들이 현대글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 이를 예상한 현대모비스 경영진이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시기를 연말로 미뤄 비용 부담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직원들의 불만과 업계의 추측에 대해 현대모비스는 임금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소속된 현대차와 달리 현대모비스는 각 사업장별로 서로 다른 노조로 운영된다. 울산과 창원공장의 경우 민주노총에 속해 있지만, 진천공장은 한국노총 소속이다. 아직 진천공장의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일괄 지급하기 어려워 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전 사업장의 협상이 끝나는 연말에 성과급을 주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현대모비스 고위 관계자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도 예전부터 운영해 왔다”며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직원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룹 관계자는 “직원들의 소속이 바뀐다고 해서 성과급 지급 의무가 새로운 회사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모비스의 성과급 지급방식이 바뀐 것은 인사제도 혁신을 위한 경영진의 판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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