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2대책' 1년을 맞아 "집값 잡기에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1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7.61% 올랐다. 대책 발표 전 1년 상승률(4.22%)보다 큰 폭이다. 특히 강남 지역 상승률이 같은 기간 2배(4.42%→8.71%)로 뛰었다. 반면 지방 시·군 집값은 1년간 2.32% 내렸다. 부산(-0.95%), 울산(-3.01%) 등 지방 대도시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하고, '지방' 부동산 시장만 침체한 이유를 '정책의 오류'에서 찾는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규정하고 다주택 처분을 유도했다. 효과는 정반대였다. 상대적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만 늘렸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방 부동산을 팔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사는 트렌드로 지방 수요까지 서울로 몰리며 지방 시장을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은 빈사 상태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050가구로 수도권에 9508가구, 지방에 5만2542가구이다. 수도권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미분양 물량이 33.74% 줄어들었지만 지방은 22.88% 증가했다. 경남(1만4896가구)·충남(9494가구)·경북(8419가구) 등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쌓인 곳들은 집값 하락과 빈집 급증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최근에는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실거래가 7억9000만원을 기록한 여의도 진주 아파트 전용 64㎡는 최근 호가가 13억원까지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플랜을 공개하면서 지난달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0.85%), 용산구(0.5%)와 해당 지역과 인접한 마포구(0.56%), 동작구(0.56%)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좋았지만 결국 강남 아파트 가격은 못 잡고 가뜩이나 하락 전환하던 지방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침체시킨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