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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은 원주민 삶 개선하고 도시에 활기 돌게 하는 것"

  • 이진혁 기자
  • 입력 : 2018.07.27 10:10 | 수정 : 2018.07.27 14:33

    도시개발과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대량생산을 통해 비슷한 주거상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택지개발과 도시정비사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도시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삶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게는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단순히 주거 동과 단지 상가 등으로 구성한 단지 형태가 아니라 입주민을 위한 스카이라운지, 온천, 북카페 등 그동안 없었던 시설이 생겨나며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채우고 있다.

    미래의 주거시설은 어떻게 진화할까.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박성근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사장은 “단순한 질적 성장이 아니라 주거시스템 자체가 바뀌게 된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주거시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성’이 주거상품 설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홍익대 건축과를 나와 연세대 공학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서울시 건축과장과 문화시설사업단 단장, 서울주택도시공사(SH) 본부장 등을 지냈고, 상암월드컵경기장 설계를 주도했다.


    박성근 유선엔지니어링 사장은 도시 개발과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주거상품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진혁 기자
    박성근 유선엔지니어링 사장은 도시 개발과 주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주거상품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진혁 기자
    유선엔지니어링은 내년이면 설립 20주년을 맞는 중견 건축설계회사다. 국내 최초의 실내 체육관인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사업을 이끌었고,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문화복합용지에 짓는 문화복합시설 ‘라끄 플라네르(Lac Flaneur)’ 설계를 맡고 있다. 회사는 주거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2007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공동주택 설계에 참여했다. 그동안 설계를 진행한 가구 수만 총 12만여가구로 판교신도시 4개에 버금간다.

    회의실과 회사 소개 책자 등에는 ‘아이디어 프로바이더(idea provider·고객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회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하나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고 믿는 회사의 철학이 담긴 문구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이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재건축·재개발도 일률적인 주택 공급이 아니라 소비자 요구에 최적화된 주거상품으로 지어지는 만큼, 설계 때 반영되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엔지니어링이 설계한 장충체육관 전경. /유선엔지니어링 제공
    유선엔지니어링이 설계한 장충체육관 전경. /유선엔지니어링 제공
    그는 비효율적이고 숨겨진 도심 공간들이 창의적인 도시재생 개발 기법과 만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변신하는 ‘도심공간 퍼즐 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봤다. 자투리땅과 낡은 도심공간들이 용도 전환을 통해 복합생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아파트에서만 제공되던 주차대행, 식·음료, 게스트하우스 서비스는 기본이 되고, 반려동물 관리와 첨단 서비스 로봇 등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재생’의 개념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설계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도시재생은 기존 주민의 삶의 터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건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강동구 천호동과 중랑구 면목동에 지어진 저층주택들을 멋들어지게 개발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소규모 블록형으로 중밀도 개발이 가능한 곳들이라 설계 역량만 충분히 발휘하면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사실 도시재생은 간단한 건데 우리가 복잡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박 사장은 “쉽게 얘기하면 도시를 재생하는 것, 즉 도시에 활기가 돌게 하고 사람이 살게 하는 터를 만드는 게 도시재생”이라며 “도시의 얼개를 유지하면서 우리가 사는 공간의 수준을 높이고, 기존에 살던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삶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엔지니어링은 상업시설 비중이 크지 않은 하남 감일지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상복합의 콘셉트를 담은 아파트 설계를 제시했다. /유선엔지니어링 제공
    유선엔지니어링은 상업시설 비중이 크지 않은 하남 감일지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상복합의 콘셉트를 담은 아파트 설계를 제시했다. /유선엔지니어링 제공
    내년에는 회사 설립 20주년을 맞아 조직의 유연성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시장 변화와 소비자 요구를 빨리 파악하고 이를 아이디어로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생각한다”며 “회사가 좀 더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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