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이 돌아왔다, 카페·스터디룸 갖춘 어른 공간으로

조선일보
  • 장상진 기자
    입력 2018.07.24 03:08

    저출산 고령화의 새 트렌드

    지난 12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변 독서실 '크라스플러스' 3층 스터디홀. 클래식 음악이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20~40대 '어른' 손님이 14좌석 중 7석을 채우고 있었다. 칸막이 없는 공용 나무 책상 위에는 '공인중개사 기본서' '경찰학 개론' 등 자리마다 다양한 수험서가 놓여 있었다. 노트북 PC에 이어폰을 꽂고 '손해사정사 시험' 동영상 강의를 듣던 권모(44·법무 법인 사무장)씨는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되고, 직장에서는 저녁 시간에 '한잔하러 가자'는 동료들이 방해가 된다"며 "여기서는 동영상 강의를 들을 노트북 PC까지 빌려주니까 몸만 오면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독서실‘토즈 스터디센터’에서 이용자들이 공부하고 있다.
    카페 같은 독서실 - 23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독서실‘토즈 스터디센터’에서 이용자들이 공부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공인중개사, 경찰학, 손해사정사 등 다양한 수험서가 놓여 있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중·고교생들의 전유물이던 독서실이 '어른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기 계발 열풍 속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부터다. 학생 인구 감소로 내리막을 걷던 독서실 업계도 카페와 스터디룸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성인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페·스터디룸 갖춘 '독서실의 귀환'

    국내 독서실 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 하락세가 뚜렷했다. 23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독서실 수는 2012년 488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어 2015년엔 4436곳까지 내려갔다. 원인은 학생 수 감소였다. 같은 기간 6~21세 '학령(學齡) 인구'는 959만에서 892만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6년 4708곳으로 다시 늘어나더니, 작년에는 5008곳까지 치솟았다. 반등을 견인한 것은 '스터디센터' '고급 독서실' '성인 독서실' 등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독서실이었다. 2015년 6월 전국 151곳이던 것이 3년 만에 1340곳까지 늘어나는 급증세다.

    전국 '스터디센터' 증가 추이
    새 독서실은 기존 독서실의 '칸막이 책상' 외에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커피와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카페가 대표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반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를 일컫는 '카공족'이란 표현이 생겨났다. 토요일 서울 중구 신당동 스터디센터에서 승진 영어 시험을 준비하던 이상목(41)씨는 "일반 카페는 손님이 많으면 시끄럽고, 손님이 없으면 종업원 눈치가 보인다. 요즘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카공충(蟲)'이란 말까지 나오는데 독서실에서는 이런 걸 피할 수 있다"고 했다. 3~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스터디룸', 책상 하나만 두고 사방이 밀폐된 '큐브룸' 등도 있다.

    월(月) 이용 요금은 국내 최대 스터디센터 체인인 '토즈' 서울 지점 기준으로 초·중·고교생은 15만~18만원, 성인은 월 22만원 수준이다. 모든 시설과 음료를 무료로 이용하는 비용이다. 기존 일반 독서실의 하루 약 5000원, 월 5만~10만원보다는 훨씬 비싸다.

    ◇성인 이용객 증가율, 학생의 2배

    독서실의 진화는 공부하는 어른들이 이끌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독서실 이용객도 아직은 학생이 많다. '토즈'는 올 상반기 이용객 15만8414명 가운데 10만6772명이 20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증가세는 성인 쪽이 훨씬 가파르다. 작년 상반기 대비 학생 이용자가 9% 늘어나는 동안 성인 이용자는 17% 늘었다. 직장인층이 야근과 회식이 줄어드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기 계발에 나서는 것이다.

    김서현 토즈스터디센터 본부장은 "30대는 공무원 시험이나 취업 준비생 비중이 높고, 40대와 50대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래영 클라스플러스 본부장은 "번화한 역세권 지점은 이용자 70~80%가 성인으로, 그중 절반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고 나머지는 일반 직장인"이라며 "40~50대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연애하며 학창 시절을 보낸 추억이 있어서인지 오히려 옛날식 칸막이 책상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불황에 따른 '오피스 공실(空室) 증가'와 '자영업자 증가'도 또 다른 배경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2015년 10.3%에서 최근 12%까지 높아졌다. 작년 말 기준 전국 자영업자는 568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8000명이 늘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독서실은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 없고 사람이 적어도 운영할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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