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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위안화 절하發 '신흥국 위기' 올까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7.23 17:44 | 수정 : 2018.07.23 21:46

    미중 경제 추세가 키운 위안화 절하 압력...中, 과도 용인시 2015년 금융혼란 재연 우려
    수출 경쟁력 제고로 관세폭탄 상쇄효과?...자본유출⋅소비둔화⋅외채확대 부담 더 커
    트럼프, 1970년대 닉슨쇼크 재연하나...관세인상⋅중앙은행에 통화완화 압력 닮은 꼴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트위터와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연이어 주장한 데 이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20일 위안화 약세를 관찰하고 있고 환율 조작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게 불안감을 부추겼다.

    미 재무부가 10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국의 환율 상황을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한다.

    므누신 장관은 22일 투자자들이 환율전쟁을 우려해야 할지 묻는 기자들에게 "아니다"라고 답했고 미국이 달러 시장에 개입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도 말해 불붙은 환율전쟁 관측을 진화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 이틀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환율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 이틀 중국의 환율조작을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환율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위터
    관심은 위안화의 향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2015년 '위안화 급락 쇼크'를 돌아보면 환율전쟁의 여파를 알 수 있다면서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과 유가가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의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의 흐름을 바꿔놓을 '게임체인저'라면서 투자자들에게는 금융시장 전반과 경제가 압박을 받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23일 오전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7593위안으로 전 거래일보다 0.12% 낮은 수준에서 고시해 8거래일 만에 소폭 절상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6.7689위안에 거래되는 등 절하 추세를 이어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20일 역내 시장 기준 달러당 6.7697위안으로 한 달 새 4.6%, 3개월 만에 7.5% 하락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1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6월 중순 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6월 한달간만 해도 달러 대비 3.3% 하락했다. 1994년 중국이 이중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그러나 “최근의 위안화 약세는 미국이나 중국 당국의 개입보다는 미국 경제가 나홀로 잘 나가는 데 따른 달러가치 상승 영향 탓이 크다”며 “위안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 대비로 더 절하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위안화 절하압력은 계속되겠지만 그 폭은 미국이 강달러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향방의 열쇠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에 관세폭탄을 던지고 중앙은행에 통화완화 정책 압력을 가하는 건 1970년대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이 때문에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한 ‘닉슨쇼크’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닉슨 대통령은 1971년 모든 수입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해 금태환 중지도 선언해 글로벌 환율체제를 변동환율제로 이끄는 변혁을 가져왔다.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중해 미중 냉전 관계에 해빙을 가져와 미중 수교(1979년)의 기틀을 쌓은 닉슨 대통령과 신(新) 미중 냉전으로 묘사되는 미중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사한 경제정책을 구사하는 건 아이러니다.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다롄항 /다롄=오광진 특파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인 다롄항 /다롄=오광진 특파원
    ♢절하 압력 받는 위안화

    미중 무역전쟁...위안화 절하發 '신흥국 위기' 올까
    달러가 지난해 약세에서 올해 강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럽 경제가 올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2, 3위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경제가 미국과 달리 성장이 더뎌지는 것도 달러 강세에 따른 위안화 절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2분기 성장률이 6.7%로 1분기에 비해 0.1%포인트 둔화됐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이 개인과 기업에 대한 외환결제에서 달러를 매입하고 위안화를 내준 게 그 반대보다 131억위안 더 많았다. 이 같은 추세는 3개월 연속 이어진 것으로 달러보다 위안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더 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규모가 전달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위안화 보유 경향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위안화 절하 압력이 커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종전이 가시권에 들지 않는 가운데 중국의 무역흑자 축소 관측도 위안화 절하를 부추기는 변수다. 중국이 올 1분기에 경상수지 적자로 돌아선 것도 위안화 절하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왕춘잉(王春英) 국가외환관리국 국제수지사 사장(국장)은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비중이 미미한 수준으로 조기경보 신호로 해석되는 5% 이상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급격한 절하의 부메랑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더 많이 용인하는 식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미국 관세폭탄에 대한 충격 상쇄 보다 자본유출 가속, 수입 확대 통한 내수진작 차질, 외채 실질 부담 상승, 위안화 국제화 연기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저우위 국제금융연구중심 주임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처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지만 중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국은 금융리스크 억제를 위해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속도를 내자 기업 디폴트가 잇따르면서 자금난이 심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인한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를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통화긴축이 필요한데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지난 20일 중국이 국유은행들의 달러 매도로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중국 당국이 과도한 위안화 절하의 부작용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방적인 통화 절하는 환투기꾼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중국 당국을 우려케 하는 요인이다. 중국 당국자들이 쌍방향으로 위안화 환율 유연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외환관리국장 출신인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은 이달초 인민은행 산하 금융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의로 절하를 유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위안화는 양방향에서 움직이는 합리적 구간에 진입했고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로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30년 위안화 약세를 점치고 오랜시간 외환을 갖고 있던 주민과 기업은 모두 비교적 큰 손실을 봤다”며 “최근 수년간 일부 국제 투기꾼들이 위안화 공매도를 통해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그들이 심각하게 판세를 오판했음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할 생각이 없으며 이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위안화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당국은 작년 하반기 위안화 기준환율을 정할 때 도입한 역주기 요소 검토를 다시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안화가 절상 추세로 돌아서면서 중국은 올 1월 8개월여만에 역주기 요소를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환율 시장화 개혁의 진전으로 평가됐다. 때문에 인민은행이 위안화 급락을 막기 위해 다시 역주기 요소를 검토해 기준환율을 고시하면 환율 개혁이 후퇴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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