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강 인수한다는 신일그룹, 자본금 1억에 설립 50일된 회사…보물선 발굴 가능할까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8.07.18 10:00 | 수정 2018.07.20 23:07

    150조원 규모의 해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전날(17일) 발표한 신일그룹이 증권업계에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023440)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의 신일그룹(주)은 설립된 지 50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최소한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신일그룹,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2개회사 뿐이며,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된 것이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에서 계열사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국제거래소, 신일골드코인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법인 등록이 돼 있지 않다.

    신일그룹은 전날 150조원 규모의 금괴 및 금화를 보유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 선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네이버 실시간 검색 1, 2위를 이틀째 차지하고 있다. 이 발표 영향으로 인수 추진 중인 제일제강은 이틀째 상한가까지 급등했다. 이달 2일 1840원이었던 주가가 18일 5400원으로 193% 급등했다. 하지만 신일그룹 주장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제일제강 추격 매수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거래소는 단기 급등에 따른 거래정지를 예고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 캡처
    ◇ 신일그룹은 자본금 1억 신생회사…제일제강 인수 주체는 대표이사 개인

    조선비즈 확인 결과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됐다. 또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로 업체 등록을 해놨다. 주소지는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19층 사무실이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57년 설립된 신일토건사를 전신으로 하며, 1980년 신일건업으로 상호를 바꿨고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에 인수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브랜드 신일유토빌로 유명한 신일건업은 파산 처리된 상태다. 2015년 파산 이후 오너 2세 홍상철 대표는 물러났으며, 임창기씨가 대표로 등록돼 있다. 창업주 홍승국 회장은 2014년 별세했다. 현재 기업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12월 법인등기부등본상으로 파산했고, 지난해 2월 폐업처리됐다.

    즉, 현재의 신일그룹은 신일건업의 일부 사업 부문 혹은 외양(껍데기)만 인수한 것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신일건업의 아파트 브랜드인 신일유토빌을 딴 신일유토빌그룹(현 신일광채그룹)이란 곳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회사 또한 기존의 신일건업과 직접적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일유토빌그룹과 신일그룹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지분 관계는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경영진이 한때 한솥밥을 먹다가 내분으로 갈라졌다고 보고 있다. 신일유토빌그룹은 앞서 2001년, 돈스코이호 발굴 소식에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상장폐지된 동아건설 출신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즉 신일그룹은 신일유토빌그룹에서 갈라져 나왔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제일제강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은 류상미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이다. 두 사람 모두 신일그룹 등 법인을 내세우지 않고 개인이 매수자로 나섰다.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은 2012년 설립된 회사로, 전시 및 행사 대행업체다. 최 회장은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가 설립된 날과 같은 날인 올해 4월 11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신일그룹이 이미 제일제강을 인수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아직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한 상태다. 오는 9월 12일까지 중도금,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류상미 대표는 오는 25일까지 중도금 8억7586만원을 납부할 계획이다. 지분 17%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캐나다 유인잠수정이 촬영한 돈스코이 선명 /신일그룹 제공
    ◇ 獨 보유분과 맞먹는 금괴 규모, 발굴 보증금은 15조…“투자자들 주의해야” 경고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 발굴과 관련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단 금괴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150조원 규모라면 현 시세로 3330톤에 이르는데, 이 정도 규모를 군함에 실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고, 당시 러시아의 경제력이 이 정도에 미쳤을 리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재 독일이 보유 중인 금괴 보유량과 맞먹는다. 게다가 설령 금괴가 사실이라고 해도 러시아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을 리 없어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진짜 금괴가 있었으면 국제 분쟁을 의식해 외부에 공표했을 리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일그룹은 “인양 전날 한·러 친선 국제음악제까지 열 것”이라고 공지해놨다.

    발굴 비용도 문제다. 신일그룹(정확히는 류 대표)이 제일제강을 인수하는 과정을 살펴 보면 신일그룹은 자금력이 넉넉지 않다.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해양수산부에 발굴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설령 발굴 신청을 한다고 해도 신일그룹 측 주장대로 매장물 추정가액이 150조원이라면 15조원을 발굴 보증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신일그룹은 또 소유권 등기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홈페이지 공지사항란 돈스코이호 발굴 아래에다 회사 보유분 신일골드코인을 특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놓고 있었다. 이 글은 18일 오전 현재는 삭제됐지만, 적지 않은 증권업계 관계자가 의심스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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