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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또 10.9% 인상…편의점·제과점 "핵폭탄급 충격"

  • 안상희,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8.07.14 11:19 | 수정 : 2018.07.15 09:20

    “골목 빵집은 오전 11~12시, 오후 2~4시에 빵을 팔아 남는 마진이 최저임금보다 못하다. 학교도 중퇴하며 제빵 한길만 보고왔는데 미래가 안보인다.”(경기도 화성의 제과점주)

    “편의점주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도 아르바이트생보다 돈을 못버는데 위약금 때문에 폐업도 마음대로 못한다.”(경상북도 대구 편의점주)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로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편의점과 제과점주는 일제히 “지금이 한계치인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올해(16.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랐다.

    편의점, 제과점을 비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학생/조선DB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학생/조선DB
    ◇ 위약금으로 폐점도 쉽지 않아…편의점 심야 상품가격 10~20% 인상 검토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 두곳을 운영하던 한모씨는 최근 계약기간이 끝난 점포 한 곳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씨가 운영하던 두 점포의 일매출은 각각 170만원과 120만원으로, 후자의 경우 아르바이트 4명에게 지급하던 인건비가 지난해 월 300만원 수준에서 올해 350만원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한씨는 "두 점포에 번갈아가며 출근해왔지만 올해부턴 일 매출 150만원 미만이면 수익이 나질 않았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대구에서 편의점 2개를 운영하는 한 부부는 최저임금 이상 이후 편의점에서 각각 하루 10시간씩 근무 중이다. 이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쓰고 많이 일해봐야 하루 8시간이였다. 10시간씩 일해도 한 곳은 적자고 한곳에서는 벌이가 300만원 정도 된다. 부부는 최저임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내년 수입이 월 100만~150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부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하루종일 근무를 하고 야간에는 문을 닫는게 나을 정도"라며 "결국 아르바이트생보다 돈도 못버는 상황에서 폐업을 하고 싶어도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마음대로 못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대표적인 자영업종인 편의점이 과포화 속에서 급속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줄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5대 편의점 점포수는 2016년 초 3만개를 뛰어넘은 후 6월 말 기준 2년여만에 4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편의점 신규 출점에서 폐점을 뺀 ‘순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 상반기 3대 편의점 점포 순증가 수는 CU 394개, GS25 343개, 세븐일레븐 27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942개, 1048개, 388개에서 일제히 급감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5년전만 해도 4~5개 이상 점포를 아르바이트 직원만으로 운영하던 점주들이 월 400만~5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렸지만, 최저임금 상승과 경쟁 심화로 최근에는 신규 출점이 둔화되고 다점포 점주들도 점포를 줄여가고 있다"고 했다.

    점포를 폐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편의점은 계약 사항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본사와 점주가 제품 판매 수익을 6대 4, 또는 4대 6으로 나눠 가진다. 본사가 수익 60%를 가져가는 형태는 주로 임대료를 본사측이 내준다. 위약금은 본부가 가져가는 금액을 기준으로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산정된다. 편의점은 본부와 통상 한번에 5년을 계약하는데 2년정도 매장을 운영한 경우 위약금이 3000만~400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을 신청하는 점주들이 몰리면서 본부차원에서 장려금으로 일부 보조해주기도 하지만, 점주들은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호소한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점주의 40% 정도가 12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점주의 절반가량은 월 평균 200만원 이하의 소득을 얻고 있다”며 “점주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하며 건강도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심야시간 상품 가격 10~20% 인상 및 휴업 ▲전국 편의점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호소문 부착 ▲일부 담배 등 저마진 상품 및 종량제 봉투, 티머니 등 국민 편의를 위해 배치한 상품에 대한 판매 거부를 추진하기로 했다.심야시간 상품가격 인상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나머지는 조만단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성인제(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 대표 등 협회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나를 잡아가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전국 7만여 편의점이 동시 휴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성인제(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 대표 등 협회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나를 잡아가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전국 7만여 편의점이 동시 휴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골목빵집 매출 이미 예년보다 30% 줄어…"최저임금 인상은 핵폭탄"

    소상공인 대표업종인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절망적인 표정이다. 경기도 화성에서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매장 운영 시간을 오전 7시~밤 12시에서 오전 9시~밤 10시 30분으로 줄였다. 현재 주방을 합쳐 4명이 일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2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로 대체할 계획이다. A씨는 "기계를 일단 할부로 사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니 언제 갚아나갈지 모르겠다"며 "학교까지 중퇴하며 제빵 한길만 걸어왔는데, 대형 빵집만 버텨낼 수 있는 상황이 오니 허무하다"고 말했다.

    홍종흔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소형 제과점은 마진이 10% 미만이고 프랜차이즈 가맹 빵집도 8%정도 남는다"며 "최저임금을 주려면 그 이상의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골목 빵집의 경우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시간에 빵을 팔아 재료값 등을 뺀 마진이 때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소상공인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핵폭탄과 같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협회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데, 소비자들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최근 2~3개월은 예년보다 매출이 20~30% 줄었다"며 "협회원 대부분이 아르바이트생을 30% 정도 줄였다"고 했다. 그는 "제빵 학교를 나와 실습하는 친구들에게까지 최저임금을 주라하니 노하우를 가르쳐주고도 등골이 휘는 상황이라 아예 실습생을 안받고 있다”며 “정부에서 움직이니 오히려 취업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실습생에게 통상 한달에 50만원 가량을 줬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3배 이상 늘어 실습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5인 미만의 소상공인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10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5인 미만의 소상공인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현종 기자
    ◇ 소상공인 “수용불가”…중소기업계⋅경총 “심각한 우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 직후 "수용할 수 없다"며 인건비 상승을 업종별로 원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최저임금위의 이번 결정은 잘 짜인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으로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에 불복종하는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을 실행에 옮길 것이며, 2019년도 최저임금과는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은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월급을 주는 직접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도저희 받아들일 수 없다. 과연 1년 만에 29%이상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은 심정"이라며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감축이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으며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방치 속에 이 비참한 현실을 스스로 헤쳐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즉각 성명을 내고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며 "영세기업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도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경영계가 주장한 사업별 구분적용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지급주체인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실제 현장에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 등 여러 부작용을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실질적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2019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서는 등 우리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이미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경총은 "경영계는 금번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며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속에서도 어려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다소나마 경감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었다"고 했다. 이어 " 하지만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서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향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하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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