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3.0% 성장' 외쳤던 정부,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강조한 이유는?

  • 세종=정원석 기자

  • 세종=전슬기 기자
  • 입력 : 2018.07.13 17:10 | 수정 : 2018.07.13 17:49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공식 경기진단 보고서인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불확실성 확대’라는 문구가 등장한 것은 정부의 경제 상황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경기 침체’ 논쟁이 본격화된 5월 이후에도 줄곧 “3% 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 쇼크가 5개월째 이어지고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자 13일 발표된 그린북에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경기둔화 우려감을 높였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세계경제 개선, 수출호조, 추경집행 본격화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글로벌 통상마찰,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 국제유가 상승 등 대내외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지난 6월 그린북 전망에 나왔던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문구가 사라지고, ‘글로벌 통상마찰’과 ‘국제유가 상승’ 등이 새로운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추가됐다.

    이에 대해 고광회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3% 성장 전망치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고 과장은 “여러가지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0%로 제시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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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타격 가능성에 노심초사

    기재부가 7월 그린북에서 ‘불확실성 확대’를 강조한 이유는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미중(美中) 무역갈등으로 나홀로 경제를 뒷받침 해왔던 수출이 꺾일 가능성 △중국인 관광객수 회복이 늦어져 소비가 기대 만큼 개선되지 않는 점 △당초 30만명대를 기대했던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대 수준에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 △자동차와 조선업 부진에 따른 제조업 침체 장기화 가능성 등이다.

    기재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을 최대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보복 관세에 나서면서 격화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경제 현안 간담회에서 “미중간 통상 갈등 심화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외 의존도와 중국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상품 수입을 10% 줄이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282억6천만달러(약 31조5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중 수출 규모의 19.9%에 달하는 수준이다.

    내수 회복이 기대보다 더딘 것도 불안 요인이다. 기재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철회로 3월부터 증가한 중국인 관광객수가 하반기 소비 경기 회복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중국인 관광객수는 월간 40만명을 넘지 못하며 사드 보복 조치 이전 수준(월간 50~60만명)을 회복하지 못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5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믿었던 수출과 소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침체와 고용 부진은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자동차 산업 부진으로 6월 제조업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12만6000명 급감했다. 전체 취업자수 증가폭은 10만6000명에 그쳐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가 이어졌다.

    '3.0% 성장' 외쳤던 정부, 경제 불확실성 확대 강조한 이유는?
    ◇ ‘혁신성장·내수활성화’ 등에 경제정책 무게중심 실릴 듯

    기재부는 올해 3% 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대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주에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 취업자수 증가폭, 경상수지 흑자규모 등 거시경제지표 전망치가 큰 폭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 발표될 각종 전망치는 정부의 엄중한 경제상황 판단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성장률 등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낙관적인 경기인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경기활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성장, 확장적 재정, 내수활성화 등 정부 정책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저소득층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종합대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EITC(근로장려세제) 확대 개편 방안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저소득층 소득·일자리 확대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올해대비 10% 이상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입장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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