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공 넘겨받은 금감원..."삼바 재감리 착수하겠지만 과제 산적”

  • 김유정 기자

  • 입력 : 2018.07.13 16:37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삼바)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명령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단 삼바의 재감리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015년을 제외한 2012~2014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한 삼바의 회계방식이 적절했는지는 명확히 판단내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5차례 진행한 심의 내내 2015년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해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게 분식회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지분법), 종속회사(연결기준) 중 어느 쪽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금감원의 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금감원이 수정 조치안 제출을 거부하자 증선위는 판단 유보 결론을 짓고 사상 첫 재감리 명령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13일 “2012~2014년 기간에 해당하는 다양한 증거자료를 들여다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관계회사였는지, 종속회사였는지를 특정하는 것이 어렵다”며 “감리는 애초부터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관계사 처리)가 제대로 평가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선위가 자회사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안에 판단 유보 방침을 내린 것에 아쉬움이 크지만 재감리를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감리 해야겠지만…” 체면 구긴 금감원

    금감원은 13일 오전 11시 증선위의 전날 삼바 분식회계 최종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30분 전에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백브리핑 형식을 통해 삼바 재감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려 했으나 아직 법률적 검토와 감리 방법, 절차, 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해 입장 발표를 취소했다”며 “추후 이를 명확히 정한 후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증선위는 삼바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종속회사(연결기준)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한 게 회계분식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유보한 후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했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과(가운데)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오른쪽)이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합동브리핑실에 들어가고 있다. / 사진=금융위원회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과(가운데)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오른쪽)이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합동브리핑실에 들어가고 있다. / 사진=금융위원회
    금감원은 재감리에 착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금감원이 현실적으로 증선위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정 조치안을 만들기 어렵다는데 있다. 증선위는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어떻게 회계처리 되는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2015년 회계처리기준 변경이 규정 위반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2012~2014년 회계처리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증선위의 수정 조치안 작성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증선위가 재감리 명령까지 내리자 어쩔 수 없이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금융감독당국으로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금감원이 기존 조치안을 대폭 수정한 새 조치안을 내놓는다면 결국 이번 감리에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리 대상에 대한 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어 추후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감리 대상 범위를 확대한 적은 있으나 감리가 잘못됐다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다시 감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리 역시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화 불가피할듯…’삼성 봐주기 논란’도 부담

    금감원은 ‘삼성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증선위의 재감리 ‘명령’이 공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금감원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풀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많아 적어도 수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 바라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 수사도 걸림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증선위는 삼바가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 주주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지분 49.9%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 보유 사실을 2012~2014년 공시하지 않은 점, 바이오젠과의 재무약정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이 중대한 회계기준 위반이며 고의성이 있다고 봤고 검찰 고발이라는 최고 수위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경우 삼바 내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에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의 재감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외부감사법 관련 규정에서는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될 경우 금감원이 감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검찰 수사와 중복될 경우 감리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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