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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먹거리 찾자"…바이오에 빠진 대기업

  • 안상희 기자

  • 입력 : 2018.07.13 15:30

    삼성, SK(034730), LG(003550), 코오롱(002020)등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제약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는 철강업체인 포스코(005490)와 화학업체인 OCI(010060)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IMS헬스는 인구 고령화 추세로 글로벌 제약 시장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은 연평균 8.4%씩 성장해 2015년 726억달러(약 81조600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087억달러(약 122조2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위탁 개발·생산 시장의 성장률이 더 가파른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제약사가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 보유 설비를 매각하고 생산전문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생 제약업체들은 대규모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못해 외주를 맡긴다.

     SK가 인수한 미국 바이오·제약사 엠팩의 공장 전경/SK 제공
    SK가 인수한 미국 바이오·제약사 엠팩의 공장 전경/SK 제공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SK㈜는 지난 12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엠팩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가 미국 바이오·제약 생산 시설을 통째로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그룹의 엠팩 인수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7000억~8000억원으로 추산한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계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유럽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1년 만에 미국 CDMO 업체를 인수하면서 아시아, 유럽, 미국에 발판을 마련했다.

    엠팩은 항암제와 중추신경제·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에 생산시설 3곳과 연구시설 1곳을 갖추고 있다. SK그룹은 증설 작업을 통해 2020년 이후 의약품 생산 규모가 160만L급으로 늘어난다. 회사는 엠팩을 2022년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선두 CDMO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자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SK는 현지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확보해 수출 장벽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은 1993년부터 바이오·제약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SK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이 맡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11년 4월 SK의 생활과학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세워졌다. 현재 SK바이오팜도 혁신 신약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독자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는데 회사 측은 제품이 정식 출시되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봤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장녀 윤정씨가 입사한 회사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내부 모습.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내부 모습.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도 현재 분식회계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를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36만2000L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의약품 위탁생산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빠르면 내년 중 4공장을 착공하는데 4공장 설비능력까지 포함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간 생산 규모는 5년 내 54만L로 확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됐으며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의약품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LG화학 제공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의약품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LG화학 제공
    LG화학(051910)은 2016년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해 LG화학 생명과학본부에서 바이오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생명과학본부 연구개발 인력은 360명으로 전체 본부 임직원의 26%를 차지하는데 회사 측은 이 인원을 올해 400명, 2020년까지 4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생명과학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지난해 약 970억원에서 올해 1400억원으로 확대했다.

    LG는 국내 개발 신약 중 최초로 2003년에 항생제 '팩티브(화학합성의약품)'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받았을 만큼 신약 개발에 공을 들였지만, 현재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LG화학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셉트'를 국내에 출시했다. 유셉트는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사업부문으로 흡수합병한 후 내놓은 첫 제품이다. 유셉트는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을 복제한 약이다. 류머티즘 관절염, 척추관절염, 건선 치료제로 사용된다.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은 이웅열 회장이 19년에 걸친 집념으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개발에 성공했다. 2017년 7월 한국 식약처로부터 최종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달 6일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임상시료 사용허가(CMC 승인)를 받아 미국 내 임상 3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태동기인 1999년에 한국도 아닌 미국에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며 바이오산업을 펼쳐나갔다.

    포스코는 지난 3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연구 역량을 활용해 바이오산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바이오 소재, 신약, 유전체, 뇌과학, 의료기기 등 바이오 전문가 경력직 채용에 나서기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텍에서 그동안 해온 바이오 연구와 기술을 평가하고 향후 회사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철강산업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회사가 바이오 분야 등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봤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010060)도 최근 부광약품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양사가 50:50으로 참여한 합작투자사업(JV)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합작회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며 매년 100억원 이상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이우현 OCI 사장은 "OCI가 높은 부가가치의 미래 성장 동력산업으로 각광받는 제약·바이오 산업에 부광약품과 함께 진출하게 된 것은 뜻깊다"며 "부광약품의 오랜 전통과 경험, 오픈 이노베이션 역량이 제조업 기반인 OCI의 역량과 결합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바이오·제약산업은 연구개발에 상당한 기간과 자금이 뒷받침돼야 해 대기업이 하기에 적합하다"며 "성공확률이 낮고 리스크(위험)가 높아 다른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대기업이 벤처기업 위주의 바이오업계의 성공사례를 듣고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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