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심의하고도… '삼바 분식회계' 판단 또 미뤘다

  • 정한국 기자
  • 입력 : 2018.07.13 03:07

    증선위 5차 회의서 '반쪽 결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재조사를 명령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하게 됐다. 금감원이 새 보고서를 증선위에 제출하고, 증선위가 이를 심의하려면 최소 1~2개월은 걸린다는 전망이 금융 당국 안팎에서 나온다. 작년 2월 심상정 의원과 참여연대가 금감원에 특별 감리를 요청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또 결론이 미뤄졌다.

    이와 별도로 증선위가 이날 삼성 측이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며 검찰 고발과 담당 임원 해임을 권고하자 당분간 투자자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주식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전날보다 3.37% 오른 42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오후 4시 증선위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가격 제한 폭(9.91%)까지 떨어진 38만6500원으로 주저앉았다.

    ◇2015년 왜 회계 기준 바꿨나…핵심 쟁점 판단 안 해

    증선위가 재조사를 명령한 사건의 핵심 쟁점은 2011~2014년 4년간 적자 회사였던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 1조9000억원 흑자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 정상적인 회계 처리냐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장이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삼성그룹은 미국 바이오젠과 2012년 85대15로 공동 투자해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바이오젠이 원할 때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약(콜옵션)을 따로 했다. 삼성 측은 "2015년 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복제약의 시판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회사 가치가 오르자 바이오젠이 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한 것"이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반면 금감원은 "(회사 가치 변동은)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꿀 사유가 안 된다"고 맞섰다.

    증선위는 양측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증선위의 논리는 2012년에 설립한 회사에 대한 회계 처리가 2015년에 달라졌고, 이게 잘못인지 판단을 하려면 2012년부터 2015년 이전까지 회계 처리가 올바르게 됐는지부터 우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선위는 6월 말 금감원에 2012~2014년의 삼성 회계 처리에 대한 판단을 추가로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사건 주요 쟁점

    하지만 금감원은 "삼성이 2015년에 회계 처리를 갑자기 바꾼 것 자체를 문제 삼아야지 그 이전의 회계 처리가 어땠는지 판단하는 것은 쟁점에서 벗어난다"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증선위는 상급 기관으로서 금감원에 이 점을 고치라고 명령한 셈이다.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증선위가 삼성 측이 2015년 회계 처리를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 회계가 아니라 과실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선 증선위 명령에 대해 반발하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의로 공시 누락"

    증선위는 그러나 삼성이 2012년 바이오젠과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콜옵션을 준 사실을 2015년 감사보고서에야 제대로 공시한 것에 대해서 "명백한 회계 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위반 가능성을 알면서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바이오에피스가 삼성의 자회사이지만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 49.9%를 확보해 바이오에피스를 공동 경영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증선위는 삼성이 왜 고의로 콜옵션의 존재를 숨겼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분식 회계 논란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영향을 미쳤는지 논의는 있었지만 판단 대상은 아니었다고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기 전 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참여연대 등은 그동안 "바이오로직스의 회사 가치가 부풀려지면서 모(母)회사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랐고,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이날 "분식 회계, 공시 의무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심의했지 이차적인 거래에 미친 영향까지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콜옵션(Call Option)

    특정 자산을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85대15로 공동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면서 향후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49.9%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줬다. 바이오젠은 지난 6월 말 이 콜옵션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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