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왕서방에 또 뺨맞았다

조선일보
  • 정경화 기자
    입력 2018.07.12 03:06

    국내 증시 상장 中기업 23곳 중 절반 상장폐지 수순 밟아
    회계부정·불성실 공시로 퇴출 "투자하기 전 사업성 따져봐야"

    국내 상장된 중국 기업 상장폐지 현황

    지난 5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에 상장된 중국 재활용 전문 업체 '차이나하오란'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 회사가 오는 16일까지 이의 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매매 정리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최종 상장폐지될 전망이다. 이로써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23곳 중 절반이 상폐 수순을 밟게 됐다. 지난 5월 코스닥에서 퇴출된 '완리'에 이어 잊을 만하면 터지는 중국 기업 상폐 사태에 국내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 절반, 회계 부정·불성실 공시로 상폐

    2007년 중국 화풍방직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이후 지금껏 국내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모두 23곳이다. 차이나하오란까지 합치면 이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1곳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코스피에 상장됐던 4개 기업은 모두 상장폐지됐다. 원인은 주로 부정 회계로 인한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었다. 2013년 상장폐지로 국내 투자자에게 수천억원대 피해를 안긴 섬유업체 '중국고섬', 작년에 퇴출된 '중국원양자원'도 회계 부정이 상장폐지 사유로 지적됐다.

    중국 타일 생산업체 '완리'도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거절하면서 지난 5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완리는 지난해에도 2016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외부 감사인을 다시 선임해 가까스로 상폐 위기를 넘겼으나, 2017년 감사보고서도 또다시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결국 퇴출된 것이다.

    이번에 상장폐지 처분을 받은 차이나하오란은 불성실 공시가 문제가 됐다. 작년 10월 자회사 17곳 중 16곳이 영업정지된 사실을 3개월이나 지나 늑장 공시했기 때문이다.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는 와중에도 또 다른 생산 라인이 영업정지된 사실을 뒤늦게 공시했다. 5월 초에는 주주들에 대한 현금 배당을 철회하는 등 공시를 번복했으며, 거래소 측에는 심사 관련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불성실 공시로 1년간 15점 이상 벌점을 받으면 상장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되는데, 차이나하오란은 1년간 벌점을 17점 부과받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부 중국 기업들이 경영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 규제 범위 밖에 있어 정보 접근이나 제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전주 된 중국주…피해는 소액주주 몫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에 투자했던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상장 초기 4800원대에 거래됐던 차이나하오란은 불성실 공시 논란으로 거래정지 직전 주가가 773원으로 폭락했다.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되면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 소액주주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62.33%에 이른다. 완리도 지난달 정리매매 마지막 날 주가가 21원까지 빠졌다. 일부 주주들은 "중국 대주주가 회사 지분을 시장에 팔아치운 뒤 고의적으로 상장을 폐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 우리 증시에 남아있는 중국 기업 주가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이들 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탓이다. 골든센츄리 주가는 연초 이후 66.41%, GRT 28.61%, 크리스탈신소재는 23.85%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계 기업에 대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선 상장을 기다리는 기업이 수백 개에 달하는 데다, 알짜 기업은 해외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중국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이 사업성을 갖추고 있는지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상장 중국 기업 중에는 중국 당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케이맨제도, 홍콩 등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역외 지주회사를 상장시킨 기업도 있다. 씨케이에이치, 차이나그레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회사 소재 국가와 SPC 설립 국가 사이에 법규·제도 차이가 있어, 국내 투자자의 주주권이 제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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