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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가 대세

  • 오로라 기자

  • 입력 : 2018.07.12 03:06

    스마트폰 맞춰 세로형 영상 인기
    퀴즈·동영상앱 등 세로로 제작, 인스타·유튜브·텐센트도 동참

    직장인 윤슬기(27)씨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세로형 짧은 동영상 앱 '틱톡'으로 개그 영상 수십 개를 본다. 세로 영상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들고 편하게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겨가면서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특화된 '세로 영상'이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이용자가 급증하며 영상 제작의 공식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상 콘텐츠는 TV에 최적화된 가로 형태를 기준으로, 4:3(가로×세로)에서 18:9의 비율로 가로로 확장해왔다. 최근 세로로 긴 스마트폰의 특성에 맞춘 세로 동영상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동영상 제작 업체의 한 관계자는 "10대·20대 젊은 층에서는 스마트폰 동영상 시청이 TV를 앞지르는 만큼 조만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세로 영상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LG전자·인스타그램·유튜브… 세로 영상 시장에 속속 뛰어들어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가 제공하는 퀴즈쇼 앱 '잼라이브'는 최근 동시 접속자 수 21만명을 돌파했다. 잼라이브는 2월 출시 때부터 세로 영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TV·브이라이브와 같은 동영상 앱에서도 세로 영상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 형식으로 연예인이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아파트'나, 가수가 돌아가는 오르골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오르골 라이브' 등은 모두 세로로 제작되는 동영상이다.

    모바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세로형 콘텐츠가 뜨고 있다. 인스타그램 IGTV 앱에서 한 남성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이 세로로 재생되고 있다(왼쪽). 동아제약은 최근 배우 박보영이 출연한 구강청결제 가그린의 페이스북 광고 포맷을 세로로 바꿨다(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뮤직의 ‘세로라이브’에서 가수 민서가 노래하고 있다(오른쪽).
    모바일 화면을 가득 채우는 세로형 콘텐츠가 뜨고 있다. 인스타그램 IGTV 앱에서 한 남성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영상이 세로로 재생되고 있다(왼쪽). 동아제약은 최근 배우 박보영이 출연한 구강청결제 가그린의 페이스북 광고 포맷을 세로로 바꿨다(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뮤직의 ‘세로라이브’에서 가수 민서가 노래하고 있다(오른쪽). /IGTV·동아제약·딩고뮤직

    국내 스타트업 NBT가 운영하는 퀴즈쇼 앱 '더 퀴즈 라이브'는 지난 9일 퀴즈쇼 시청자에게 0.5초 만에 아이스크림 할인 쿠폰 3100장을 파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앱 역시 스마트폰 화면을 세로로 꽉 채운 동영상이다. 박수근 NBT 대표는 "스마트폰 환경에선 세로형 콘텐츠가 더 높은 주목도와 몰입도를 기록한다"며 "사람들이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언제 어디서든 퀴즈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바뀌고 있다. 한 예로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V35씽큐에서 이어폰의 연결 잭을 화면 상단 모서리에 배치했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거치해 영상을 볼 때 이어폰을 연결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도 세로형 콘텐츠 바람이 거세다.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20일 세로형 영상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동영상 앱 'IGTV'를 출시했다.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시대에 동영상도 그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며 "IGTV에서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세로형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콘퍼런스 '비드콘(VidCon) 2018'에서 조만간 세로형 콘텐츠 전용 서비스인 '유튜브 스토리(Sto ries)'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도 올 상반기에 앞다퉈 세로형 짧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재작년에 등장한 세로 동영상 앱 '틱톡'(중국명 더우인)이 일일 사용자 수 1억5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자, 세로 영상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인기 비결은 '핸드프리(Hand-free·손의 자유)'

    세로 영상의 인기에 대해 미국 포브스는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사용 시간 중 94%를 세로로 쥐고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상당수 이용자는 가로형 영상을 볼 때도 스마트폰을 가로로 기울이지 않고 세로로 쥔 채 작은 동영상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폭넓게 보는 시각적 편안함보다 아무것도 쥐지 않은 한쪽 손의 자유로움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모두 세로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톨스크린(tall screen·기다란 화면)' 기기"라며 "모바일 기기에서는 세로로 촬영된 영상이 더 아름답고 적합하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자신의 세로 영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세로 영상이 빠르게 보급된 측면도 있다.

    조창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세로 영상이 틈새시장을 만들며 앞으로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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