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쟁에 '차반철' 직격탄… 우리 경제가 울고있다

  • 류정 기자

  • 곽래건 기자

  • 강동철 기자

  • 입력 : 2018.07.12 03:06

    사상 유례없는 무역 충돌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충격'… 기업들 "답이 안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전 세계 현대차 생산·판매 법인장들을 다음 주 서울 양재동 본사로 소집했다. 매년 이맘때 여는 법인장 회의에선 상반기 실적을 결산하고 하반기 판매 전략을 다룬다. 그러나 올해는 미·중 간 촉발된 '무역 전쟁' 대비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회의에서 특정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건 이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이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미국 공장의 증산 여부, 수출 차종과 할인 수준 등 글로벌 판매 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자문역으로 영입했다.

    한국 산업계가'무역 전쟁'의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역사상 없었던 수준의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모든 기업과 업종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무역 전쟁… 대책 안 보인다"

    '무역 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자동차·철강·화학·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다. 수출 대상 1~2위 국가 간 분쟁인 만큼 수출 주도 산업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두 나라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상무부가 관보를 통해 발표한 관세 부과 대상 품목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의 대표 제품인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모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모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한국·중국의 공장에서 생산한 D램·낸드플래시를 PC 같은 완제품에 탑재할 수 있도록 조립한 부품 덩어리를 뜻한다. 미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모듈에 추가 관세 10%를 부과하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가격이 올라간다.

    미, 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한국의 업종별 타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실제 매출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서 제조하는 반도체 모듈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는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듈 작업 중 상당수를 한국으로 옮겨 와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소재 산업도 미국의 보복관세에 취약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한 석유화학 제품은 약 205억달러(약 23조원). 이 중 상당 부분이 완제품으로 가공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을 제한하면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대중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철강은 무역 전쟁으로 인한 자동차·전자제품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매출 타격을 받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까지 무역 장벽이 확산될 조짐이 있다”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배수진을 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미 보복관세 직접 타깃

    미국은 자동차·부품 분야에선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도 보복관세의 직접 타깃으로 삼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브랜드 자동차는 약 150만대.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66만대뿐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도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이 대응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LG전자는 지난 8일 미국 상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내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없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선 관세 조치를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LG전자는 지난해 2500만달러(약 280억원)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세웠다. 이 회사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장(電裝·자동차 전자 부품)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하며 올해 초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 부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전략 차질이 불가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한국에서 ‘배터리 팩’ 등 기초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야 하는데, 관세를 물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지금은 미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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