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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금융사와 전쟁보다 걱정되는 것

  • 김문관 경제부 금융팀장
  • 입력 : 2018.07.12 06:00

    [팀장칼럼] 금융사와 전쟁보다 걱정되는 것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사와 전쟁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이유를 묻자 “감독철학”이라고 답했다. 윤 원장은 “삼성증권 등 금융권에 여러 사건 사고가 많다”며 “또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P2P(Peer to Peer·개인간거래) 부실 등 새로운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윤 원장은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들이며 당장은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비자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 터전이 마련된 후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그의 철학인 셈이다.

    금융소비자보호는 금감원의 중요한 임무다. 은행 대출금리 부당산정,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등 최근에도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잘못된 시스템과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이는 소비자보호 뿐만 아니라 신뢰회복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를 혁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임을 상기해보면,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인식이기도 하다.

    실제 윤 원장이 발표한 31페이지 분량의 ‘금융감독혁신과제’ 자료 중 혁신성장 분야는 딱 1페이지였다. 그나마 증권분야를 제외하면 ‘핀테크기업에 대한 출자 가능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는 언급 한 줄이 전부였다. 이번 정부들어 가뜩이나 소외됐다는 평을 받던 금융산업이 더 낙후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일부 월권 소지가 있는 과제도 도마에 올랐다. 윤 원장은 금융위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주장했던 노동이사제(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혁신위 권고 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기상조라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던 사안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급기관이다.

    윤 원장은 논란을 의식한 듯 “앞으로 큰 틀에서 금융위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금감원 혁신대책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한 생각은 기존에 말했던 것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 어느 기관보다 긴요하게 공조해야할 금융위(정책)와 금감원(감독)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법원에서 결정이 난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힌 점도 역시 금융위와 온도차가 있다.

    아울러 금감원의 주요 업무중 하나인 기업구조조정의 경우 ‘자율적·상시적 조정 추진’이라는 당연한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기업구조조정은 지난달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실효로 당장 우려가 큰 분야다. 재입법 등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금융위와의 공조가 절실한 사안이다.

    최근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부응해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해외진출 분야에 대해서는 ‘진출국가 규제 안내 및 현지 감독당국과의 협력’이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해외진출에 따른 감독·검사 강화’라는 제목이 더 크게 적혀있었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 금융사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 신뢰를 세우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발전에 대한 지원 없이 규제 일변도로만 치우치면 곤란하다. 금융권에서는 소비자보호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하게 옥죄기만 한다면 탈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 원장이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해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셀프 연임을 근절하고, 전문검사역을 도입하는 등 금융사 지배구조 개혁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을 때, 정지만 금융학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官)주도로 금융발전을 추진하던 방식을 바꿔 민간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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