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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은 '유령약' 판매금지...의약품 관리 부실이 불안감 키워

  • 김태환 기자
  • 입력 : 2018.07.11 16:40 | 수정 : 2018.07.11 21:29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에서 제조한 혈압강하 성분 ‘발사르탄’ 원료에 발암 가능 물질이 포함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서 제조하는 복제약(제네릭)의 허가 이후 제조·생산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복제약이 활성화되면 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경쟁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출되는 약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제약업계의 복제약 개발을 장려해 왔지만, 정작 허가 후 제조·생산에 대한 점검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조선DB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조선DB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복제약 허가심사는 원료 등록과 오리지널의약품과의 효능·안전성을 비교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이뤄진다. 이때 시험용 의약품은 반드시 의약품제조및 품질관리기준에 적합한 인증 절차를 사전에 받은 곳에서만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약회사가 제시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성적서에 오리지널의약품보다 기준치보다 낮거나 약물 용출률이 일정치 않은 경우, 식약처 조사관이 시험기관과 의료기관, 제조소에 직접 방문해 실태조사까지 실시한다.

    문제는 허가 이후다. 식약처는 의약품 재평가제도와 품목갱신제도를 통해 기존에 실제 유통 중인 의약품이 허가 당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조되고 있는 지를 점검해 왔다. 그러나 허가되는 의약품을 전부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식약처가 연간 허가하는 의약품 수는 2000~3000개에 달하는 반면, 1975년부터 2013년까지 의약품 재평가를 완료한 제품은 589개 약효군 8만2948개 제품 수준이다. 연간 쏟아져 나오는 의약품에 대한 전수 관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식약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약품 허가 후 5년마다 갱신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의약품 품목갱신제도를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번 발사르탄 원료 파동에서 허가 후 5년 미만 제품 중 최근 3년간 생산이력은 없는 의약품들이 잠정 판매중지 대상 219개 목록에 포함됐다. 식약처가 환자 불안감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잠정 판매중지한 고혈압약 219개…일부는 시중에 없는 ‘유령약’

    식약처는 지난 7일 219개 품목의 판매 및 제조중지 조치를 발표했다가 9일 오전 91개 의약품은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치를 해제했다. 이 가운데는 제품 허가 심사 시 원료 공급처를 제지앙 화하이사로 등록했다가 실제 생산과 유통은 중단한 ‘유령약’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 “식약처가 지난 7일 지정한 잠정 판매중지 의약품 대상에 우리회사 제품이 포함돼 환자들로부터 며칠째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며 “제품은 2013년에 이미 생산을 중단해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틀 뒤 영업활동이 매출과 직결되는 회사 입장에서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재고는 커녕 시중에 판매 중인 약이 없는데도 판매중지를 당했다가 풀린 제약회사들은 일양바이오팜, 한국유나이티드 제약 등 10여곳으로 알려졌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지난 9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에 회사 제품의 주성분 제조원이 문제의 중국 제조사와 관계없음을 밝히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처가 생산이력 신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데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는 국내에 수입·생산하는 의약품 이력을 제약회사가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가 아닌 1년 단위 신고제로 월별 단위 생산을 길게는 1년, 짧게는 3~4개월 후에나 확인이 가능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처음 국내 잠정 판매중지 제품을 219개로 지정한 데는 문제가 된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로 원료 등록을 한 업체를 모두 포함한 사전 예방적 차원이었다”며 “현장조사를 실시해 현재는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15개 제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시장 데이터 분석기업 한국아이큐비아가 조사한 결과,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발사르탄 원료 사용으로 인한 115개 제약사의 직접 피해 규모는 연간 33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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