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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약 논란에 오리지널 약 등 반사이익…"공급난은 기우"

  • 허지윤 기자

  • 입력 : 2018.07.11 15:41 | 수정 : 2018.07.11 18:16

    복제약 판매 중지에 오리지널 약 주문 급증

    규제 당국이 발암 의심 물질을 함유한 중국산(産) 원료 의약품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약 115개 품목에 대해 잠정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린 이후, 다국적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과 판매 중지 품목에서 제외된 국내사의 의약품이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 의약계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약을 복용해온 환자들과 일선 의료기관·약국이 문제가 없는 고혈압 치료제를 찾으면서 디오반과 엑스포지 등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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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잠정 판매 중지 처분을 내린 국내 고혈압약 115제품은 대부분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고혈압 오리지널 의약품 '디오반’과 ‘엑스포지’의 복제약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을 쓰지 않아 판매 중지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시키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혈압을 낮춰주는 물질인데, 최근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에서 생산한 발사르탄에서 NDMA라는 2급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돼 식약처는 화하이의 발사르탄이 함유된 115개 국내 의약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판매 중지된 115개 품목 고혈압약을 복용해온 환자 수는 9일 오후 4시 기준 총 17만8536명이다. 판매가 중지된 약을 기존에 복용해온 환자들이 9일부터 병·의원과 약국에서 문제가 없는 다른 고혈압 약으로 교환(재처방·재조제)받기 시작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 디오반과 엑스포지 등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10일 협력 도매업체에 ‘발사르탄 제품의 공급 관련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이 공문을 통해 “지난 7일 식약처에서 발표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로 사용된 제품에 대한 판매 중지 조치 이후 한국노바티스에서 유통하는 디오반 필름코팅정, 코디오반 정, 엑스포지 정의 제품 주문이 급증했다”며 “제품의 원활한 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당사와 긴밀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소 엑스포지, 디오반의 한달치 주문량이 지난 이틀 동안 한꺼번에 발주됐다”고 밝혔다.

    노바티스의 고혈압 약 디오반코팅정과 엑스포지정(사진 위부터). /서울아산병원 약물정보 제공
    노바티스의 고혈압 약 디오반코팅정과 엑스포지정(사진 위부터). /서울아산병원 약물정보 제공
    이처럼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는 양상이지만, 고혈압 약의 경우 대체 가능한 치료제 종류가 많아 심각한 공급난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와 의약계의 설명이다.

    윤종일 우리들위생약국 약사는 “이번 이슈로 문제가 없는 고혈압 치료약에 대한 수요가 기존보다 더 커지기는 하겠지만, 고혈압약은 대체 가능한 치료제 종류가 많은 편이라 심각한 공급난으로 인한 피해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우리 약국만 해도 기존에 조제·판매해온 고혈압 약 중에 이번에 판매 중지가 된 115개 품목에 포함되는 약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와 복지부도 지난 3년 간 수입된 발사르탄 중 중국 제지앙 화하이에서 만든 것은 2.8%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용등록을 하고도 실제로 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판매 중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고혈압 약 또는 원료를 보유한 국내 제약사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 심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노바티스의 오리지널의약품과 함께 대원제약의 '디오르탄', JW중외제약의 '발사렉트', CJ헬스케어의 '발사원', 유한양행의 '디오살탄'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기대심리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일 현대약품은 이 회사가 생산하는 고혈압치료제 '네볼민정'이 식약처의 판매 금지한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76% 오른 5280원 거래되며 강세를 보였다. 고혈압치료제 원료를 보유한 대봉엘에스의 경우 같은 날 장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전 거래일 보다 10%가량 오르기도 했는데 혈압치료제 원료의 판매가 늘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현재 해당 제품들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환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서 고혈압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환자 수는 6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65세 이상 노인 환자 비중은 2016년 기준 46%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진료비 통계 지표에서 고혈압은 노인 전체 외래 진료비(903억원)가 가장 높은 질병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의약안전청(EMA)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중국 화하이의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치료제에 대해 회수한 사실을 파악한 후, 사전 예방 차원에서 국내 219개 완제의약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9일 오전 91개 의약품은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치를 해제하고 115개 품목에 대해서만 판매 중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판매 및 제조 중지가 계속되는 115개 전체 제품 목록은 식약처 홈페이지(http://www.mfds.go.kr), 이지드럭(https://ezdrug.mfds.go.kr/), 식약처 블로그(http://blog.naver.com/kfdazzang)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조선일보 DB
    판매 및 제조 중지가 계속되는 115개 전체 제품 목록은 식약처 홈페이지(http://www.mfds.go.kr), 이지드럭(https://ezdrug.mfds.go.kr/), 식약처 블로그(http://blog.naver.com/kfdazzang)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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