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서비스 · 유통

'티켓값 2배' CGV 4DX 고장…환불규정도 없다

  • 백예리 기자

  • 입력 : 2018.07.11 10:55 | 수정 : 2018.07.11 14:12

    직장인 박지은(가명)씨는 지난 4일 CGV상봉에서 4DX 3D로 ‘앤트맨과 와스프’을 관람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4DX 영화의 주요 특징인 의자 진동과 물, 바람 등 오감 체험 효과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이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의자가 흔들리는가 하면 주인공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서도 물 분사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박씨는 “처음엔 크게 신경을 안 쓰다가 중간부턴 ‘앤트맨 영화에 4DX 효과가 원래 이렇게 없는 건지’ 등을 고민하느라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CJ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가 미국 LA에서 운영 중인 4DX 상영관. /CJ CGV 제공
    CJ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가 미국 LA에서 운영 중인 4DX 상영관. /CJ CGV 제공
    이에 박씨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짧게 추가된 장면인 ‘쿠키영상’을 보지 않고 상영관에서 나가 CGV상봉 측에 영사사고 확인 요청을 했다.

    박씨는 CGV상봉 현장 매니저에게 “영화 4DX 효과가 이상하다”며 영사사고가 난 게 맞는지 확인 요청을 했지만 해당 매니저는 “지금 출근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박씨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뿐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

    박씨는 이날 4DX 3D 조조 영화표를 1만3000원에 구매했다. 2D 조조 영화(7000원)에 비해 두배 가량 비싼 가격이다. 출근을 해야했던 박씨는 영화관을 빠져나왔고 이후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했다.

    CGV 측은 “영사사고가 맞다”며 “앤트맨의 무료 관람기회를 다시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번 본 영화를 또 보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똑같은 영화를 보고싶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으나, CGV 측은 환불을 거절했다.

    박씨는 “4DX 영화를 보러갔는데 4DX 효과를 즐기지 못했다면 환불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CGV 측의 잘못인데 왜 피해자인 내가 7월 상영작 중에 다른 영화를 고르는 등 CGV에 맞춰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GV상봉 측은 환불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고객이 영화를 끝까지 관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이에 대해 “4DX 영화 상영 전에 영사사고가 나면 관람 도중 중간에 나와 이를 알려야 한다는 공지가 어디에도 없었다”며 “상영 전엔 관람 중 의자가 흔들리기 때문에 영화 도중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지 말라는 안내만 있었을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재차 요청을 한 끝에 환불을 받았다. 앤트맨 재관람과 7월 내 개봉예정인 다른 4DX 영화 관람을 원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전화한 끝에 “원래는 안 되지만 환불 처리를 해주겠다”는 답변을 얻은 것이다. 박씨는 “다른 2D 영화 무료관람권이 있는데도 CGV가 고객에 잘 한다는 신뢰가 있고 시설도 좋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4DX 영화를 보러간 것”이라며 “국내 1위 사업자인 CGV가 일반 영화보다 더 비싼 4DX 영화 관련 환불 정책도 마련해두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현재 CGV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이 규정하는 영화관람료 환불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 기준을 보면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상영중 10분 이상 또는 2회이상’ 상영이 중단된 경우 입장료 일부를 환급하고 ‘상영중 30분 이상 또는 3회이상’ 상영이 중단된 경우 입장 요금의 두배를 환급하도록 돼 있다. 일반 2D 영화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지만 영화관업체들은 이 규정을 3D·4D 영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기본 매뉴얼을 따르지만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고객 대응을 한 것”이라며 “고객센터는 고객이 앤트맨을 보던 중 불편함을 겪었기 때문에 재관람권을 제시했다가 재관람을 원하지 않아 다른 영화 관람권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환불에 대해서는 ‘부율’ 관련 기준이 있어 영화산업에선 환불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부율은 영화관 티켓 수익을 배급사와 영화관이 나눠갖는 비율을 말한다. CGV는 현재 영화티켓 가격 부율을 영화관 45%, 배급사 55%로 정하고 있다. 티켓 전체 가격에서 10%는 부가가치세,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정산한다.

    1만원짜리 티켓이라면 1000원은 부가가치세, 300원은 영화발전금으로 뺀 나머지 8300원을 CGV가 3735원(45%), 배급사가 4565원(55%)으로 나누는 것이다. 배급사는 이 금액에서 수수료와 제작비를 제외하고 남은 이익을 투자사, 제작사와 나눠 갖는다.

    CGV 관계자는 “부율 관련 정산 문제도 있고 고객에게도 다른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 (먼저) 무료관람권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 4D 영화산업은 급성장하는데…4DX 효과 오류엔 무대책

    오감 체험 특별관인 4DX는 CJ CGV가 지난 2009년 야심차게 시작한 새 수익사업이다. 4개관으로 시작해 매년 진출국과 상영관을 늘려 현재 59개국에 545개의 4DX 상영관(국내는 32개관)을 두고 있다. 전 세계 6만개의 좌석을 통해 1년에 최대 1억명의 관객(1일 6회 상영 기준)을 수용할 수 있다.


    4DX 영화를 관람하는 해외 관객들. /CJ CGV 제공
    4DX 영화를 관람하는 해외 관객들. /CJ CGV 제공
    막대한 투자금을 들여 키워온 4DX 사업은 2016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사업을 시작한 2009년 이래로 7년간 이어져오던 적자 성적표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해 매출 1120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은 지속적인 확장세다. 최병환 CJ 4D플렉스(4D PLEX) 대표는 “신규 계약 확정 물량까지 고려하면 현재 59개국 543개 4DX 상영관이 곧 1000개관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년간 적자를 내고 있는 스크린X(다면상영시스템) 사업과 달리 4DX 상영관은 CGV가 앞으로 수익면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규모만큼 영사사고 등 상영 분쟁 관련 대비책은 미흡한 상태다. 4DX 3D영화티켓의 가격은 시간대에 따라 1만3000원(평일 아침 6시)에서 2만원(주말 오후 1시~밤 12시 이전)에 달한다. 일반 2D 영화에 비해 최소 6000원에서 9000원이 더 비싸다.

    이런 이유로 CGV가 4DX 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영사사고에 대한 명확한 환불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영화산업은 2D 영화에서 각종 오감 효과 등 기술이 적용된 3D·4D 영화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련 법규는 각종 효과가 배제된 2D 영화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2010년 청량리관을 열며 ‘슈퍼4D(롯데시네마의 4D 영화)’ 상영을 시작한 롯데시네마도 CGV와 마찬가지로 영비법이 규정하는 환불 기준을 따르고 있다. 다만 고객이 영화 상영 중 4DX 효과 등에 문제제기를 했을 경우 상영 오류가 파악되면 무료관람권을 즉각 지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상영 중단과 마찬가지로 의자의 오작동 등 4DX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영사사고에 포함된다”며 “고객이 상영관을 나와 4DX 영화 상영 관련 문제제기를 하면 현장 관리자가 들어가 판단하고 문제가 있었던 경우 환불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끝나고 불만이 접수됐는데 다시 틀어봤을 때 이상이 없으면 영사사고 파악이 어렵다”며 “영사사고가 났을 때 바로 현장 관리자에게 인지시키고 문제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