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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재계]③ 죄인 취급받는 기업…쏟아지는 규제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8.07.10 14:00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일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사익편취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공익법인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3일에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 우려가 상당하다”며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해 구성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이달 6일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대상기업을 확대하고,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은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으로 이 내용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삼성전자(005930)지분 9.3%를 가진 삼성생명(032830)(7.92%)과 삼성화재(000810)(1.38%)는 합쳐서 5%만 의결권이 인정된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후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업 규제 강화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를 통한 ‘재벌개혁’은 사실상 공정위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계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 움직임에 “숨이 막힌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간 정상적인 거래도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는 ‘내부거래’로 낙인찍거나,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내용도 “대기업은 나쁘다”는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미술관 리움./이명원 기자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삼성미술관 리움./이명원 기자
    ◇ “공익법인 규제, 기부문화 위축시킬 것”

    공정위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지주회사 체제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형식은 ‘그동안 잘못이 있었다는 지적에 따라 살펴보니 정말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의 주장이 과장됐다”며 불만이다.

    공익법인과 관련한 공정위의 발표는 대기업이 공익법인을 활용해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기업 집단 소속인 공익법인은 총 165개로, 이들 공익법인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다. 이는 일반 공익법인(5.5%)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기부받아 세금 혜택을 받고, 100% 찬성인 의결권을 행사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도움을 줬다고 봤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관련 규제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엄격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공익법인이 피출자기업 총주식수의 5%까지만 취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5% 초과시 상속세·증여세 과세)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피출자기업 총주식수의 20%까지 취득할 수 있고, 일본은 50%다. 2014년 기준으로 자산 상위 10대 한국 기업재단의 주식 보유비율은 평균 31.3%였지만, 미국의 자산 상위 10대 기업재단의 주식 보유비율은 43.2%로 더 높았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100%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총수 일가의 ‘꼼수’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지분은 대부분 미미하다.

    삼성의 경우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물산(028260), 삼성SDI(006400), 삼성증권(016360), 삼성전자(005930)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재단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은 총 6.86%, 3.23%지만, 삼성물산 지분율은 1.69%이고 삼성SDI(0.83%), 삼성증권(0.22%), 삼성전자(0.09%) 지분율은 모두 0%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주식을 공익법인에 넘기는 일이 줄고 결과적으로 공익법인의 기부 활동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마땅한 경영권 방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공익법인의 의결권이 제한되면 기부 행위로 우호지분이 감소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변칙적인 상속이나 증여는 다른 방법으로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126개 기업재단은 2016년에 장학, 문화, 취약계층 지원 등에 총 1조6467억원을 썼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본사./LG 제공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본사./LG 제공
    ◇ 계열사 간 정상거래도 내부거래로 낙인

    공정위가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내용만 발표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주회사 수익구조와 지배구조를 문제 삼은 게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SK, LG, GS 등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18개 대기업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 수익은 전체 매출의 40.8%였고, 브랜드 수수료나 부동산 임대료, 경영 컨설팅 수수료와 같은 배당 외 수익 비중은 43.4%였다.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와 내부거래를 해 배당 외 수익을 과도하게 수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내부거래로 지목한 것은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다. 그러나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는 지주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 줄 수 없는 것들이다. 또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료를 주지 않으면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돼 공정거래법으로 처벌을 받는다.

    한 4대그룹 관계자는 “수수료나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줬다면 문제가 되지만, 정상적인 거래조차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는 내부거래라고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정위 관계자조차 “내부거래가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로부터 배당을 받는 행위를 ‘사익 편취’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부영(95.43%), 동원(94.56%), 셀트리온(96.11%)처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50% 미만이다. SK(034730)는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63%이고, LG(003550)는 31.9%, GS는 40.85%다. 18개 지주회사 평균은 49.09%다. 만약 SK가 주주에 배당을 하면 총수 일가를 제외한 69.37%의 나머지 주주도 똑같이 배당을 받는다.

    ◇ 정권 바뀌니 기존 입장 180도 달라져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규제 당국의 기존 입장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분식회계 논란과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가 그 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회사 스스로 자발적이고 단계적인 방안 마련을 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말한 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 계산 기준을 현재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강제로 팔아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때도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16년 6월 재발의 했다. 이달 5일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으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이번 법안은 금융위와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금융위도 보험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금융위원회는 당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개정안에 반대했다.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 금융위원회는 당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개정안에 반대했다.
    금융위가 지금은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지만, 2016년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는 반대 입장이었다. 당시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생명이 21조원 수준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개정안이 통과되면) 17조원이 넘는 금액을 매각해야 되는 현실적인 어려운 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신뢰이익 보호라는 법익 차원에서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될 사항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는지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작년 2월 “회계법인 감사와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일엔 “특별 감리를 실시한 결과 회계기준을 어긴 혐의가 나왔다”며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작년 2월 발언은 외부 감리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지, 금감원이 문제없다고 한 게 아니다”고 해명하지만, “정권이 바뀌니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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