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저수지… 전국 3400곳에 태양광을 짓겠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 최현묵 기자
    입력 2018.07.06 03:08

    안성·옥천·포항 등 곳곳 추진… 주민 "농어촌公이 풍광 망쳐"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반제저수지. 인근 야산의 소나무 숲과 저수지가 어우러진 풍경과 달리 지역 주민들은 들끓고 있었다. 저수지 입구 곳곳에 '태양광 설치 절대 반대!'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인근 반제골 식당 마당에는 주민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오늘 오후 2시에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에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하러 온다고 해서 반대하러 나왔다"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반제저수지 수면 위 면적 5분의 1 에 축구장 3배 크기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경관을 해친다" "전원주택이 속속 들어서면서 오르던 땅값이 떨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태풍이라도 오면 패널이 날아가 쓰레기로 변할 것"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면 전자파 때문에 못 사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이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한 전국 3400개 저수지에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을 해친다” 등의 이유로 곳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규모 수상(水上)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수도권의 한 저수지 모습.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한 전국 3400개 저수지에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경관을 해친다” 등의 이유로 곳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규모 수상(水上)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수도권의 한 저수지 모습. /성형주 기자
    전국 저수지가 '태양광 난(亂)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려한 풍광으로 관광객을 모으던 저수지에 수상(水上)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한국전력에 판매하려는 농어촌공사에 맞서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소송을 하며 들고일어난 것이다. 경기도 원곡면, 충북 옥천, 경북 포항 등에서는 이미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현재 공사가 소유한 저수지 3400곳 전체에 대해 수상 태양광 발전소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추고, 태양광 발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일의 선후가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유럽에선 태양광 발전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스스로 발전소를 짓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신재생 목표치를 정하고 공기업이 사업을 벌인 뒤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라 주민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당초 반제저수지 면적의 20%인 2.4㏊에 최대 발전 용량 2㎿(2000가구가 쓰는 전력량)급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발에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다. 문제는 공사가 자신의 저수지라며 주민 동의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설명회도 언론 보도로 발전소 건설 추진이 주민에게 알려진 뒤에야 열렸다.

    농어촌공사가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해 주민설명회를 열었던 지난 6월 27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반제저수지에서 주민들이 ‘반제저수지 태양광 설치 절대 반대’란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농어촌공사가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해 주민설명회를 열었던 지난 6월 27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반제저수지에서 주민들이 ‘반제저수지 태양광 설치 절대 반대’란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반제저수지 태양광 발전소 개발저지 대책위원회' 이종수 사무국장은 "태양광 발전소 설치에 대해 주민 120명이 반대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설명회에서 공사 관계자는 주민들 항의에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쫓기듯 빠져나갔다. 공사는 주민 설명회 개최 닷새 전인 지난달 22일 이미 안성시청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한 '전기사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주변에서도 '태양광 결사 반대' 플래카드가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2014년 설치된 수상 태양광 시설 외에 추가 건설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충북 옥천군 이원면 주민 100여 명은 상여를 앞세워 농어촌공사 옥천영동지사에서 옥천역까지 1㎞를 행진했다. 풍광 좋기로 유명한 개심저수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였다. 공사는 개심저수지 2만4800㎡에 발전소를 설치해 올해 5월부터 운영하려 했다.

    강대우 이원면 장화리 이장은 "앞으로 20년간 태양광 흉물을 매일 보고 살 수는 없다"며 "공사가 발전기금 몇천만원을 얘기하지만 거기에 혹하는 마을 사람은 없다"고 했다.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포항시가 작년 5월 주민 반대를 들어 용연저수지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불허하자,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던 민간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저수지 태양광 갈등의 증가는 공사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추진 속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저수지는 단계적으로 모두 개발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한 해 1~2GW씩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의 목표는 2030년까지 12~24GW의 저수지 태양광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최대 서울시 면적(605.21㎢)의 절반에 달하는 저수지가 필요하다.

    정부 내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너무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농촌 태양광 발전소를 연결하는 송·배전망 건설비를 감안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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