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그리 높지 않은 서민들의 대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고(高)신용자 이외 대출자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2금융권의 대출 심사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대출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P2P 업체는 대출 신청자의 신용등급 외에 실제 현금 흐름이나 평소 행동 패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하기 때문에 중(中)신용자라도 재무 상태가 어느 정도 건실하다면 비교적 쉽게 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P2P 금융 통계를 집계하는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P2P 업권 누적 신용대출 규모는 530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130억원(+27%) 늘었다.
◇신용 6등급, P2P 이용하니 대출이자 3분의 1로 줄어
신생 금융업인 P2P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최근 일부 업체가 P2P를 가장해 투자자를 모집한 뒤, 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등의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를 친 업체는 일부이고, 다수 업체는 안정적으로 투자와 대출을 중개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P2P 업계 전체의 평균 연체율은 3.65%, 부실률은 2.1%로 양호한 편이다. 연체·부실률을 0%로 유지하는 업체는 전체의 절반(105개사)에 달한다.
문제를 일으킨 P2P 행세 업체들은 보통 '단기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끌어모으는데 "6개월 만에 연 30% 투자 수익 가능" 식으로 과대 광고하는 업체는 투자자든 대출자든 피하는 것이 좋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A(38)씨는 최근 P2P 대출을 통해 '이자 경감 재테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어머니 수술비 마련을 위해 저축은행에서 연 24%의 금리로 2500만원(2년 만기)을 빌렸다. 급전이 필요해 몇 차례 2금융권을 이용한 이력이 있던 A씨는 신용등급이 6등급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은행에서는 대출 거절 통보를 받았다. 외벌이인 A씨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해 130만원 넘게 갚느라 생활비가 빠듯했다. 올 초 우연히 P2P를 알게 돼, 대출 신청을 했더니 이자가 연 8.4%까지 떨어졌다. A씨는 P2P 대출로 갈아타서 월 이자를 25만원(37만→12만원)이나 아낄 수 있었다.
국내 P2P업체 중 신용대출 규모가 가장 큰 '8퍼센트'와 '렌딧'에 따르면 신용등급 4~7등급 대출자의 평균 금리는 연 10% 안팎이다. 같은 등급에 대해 저축은행이 평균적으로 연 20% 안팎의 이자를 받고 있고, 캐피탈사 대출과 카드론 금리도 평균 연 10%대 중반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낮은 편이다. 8퍼센트와 렌딧 대출자 중 4~7등급 비중은 각각 84%, 68%를 차지한다. 8퍼센트 이효진 대표는 "모든 중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표를 활용해 중신용자 중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던 사람들을 추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 8~10등급은 대출 못 받아
P2P 업체가 중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최종 대출 승인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우선 8~10등급인 저신용자는 대출 신청이 불가능하다. 또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이거나 일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3개월 미만), 프리랜서(6개월 미만), 사업자(1년 미만)도 대출 승인이 어렵다. 현재 연체 중이거나 90일 이상 연체한 적이 있는 경우, 연체 이력은 없지만 너무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도 대출받기 어려울 수 있다.
대출 신청은 P2P 업체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보통 홈페이지 메뉴에 있는 '대출하기' 클릭 후 금리·한도 조회를 거쳐 신분증과 소득증빙 서류를 팩스나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대출 심사를 통과하고 온라인상 대출 약정 및 계약과 전화 녹취를 끝내면 대출금이 나온다. 개인신용대출 최대한도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00만~5000만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