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ㆍ조세

774만명은 세금 안내는데… 부동산·금융 소득자만 겨눈다

  • 이준우 기자
  • 입력 : 2018.07.04 03:05

    [세제 개편안] 부동산 보유세
    12억 1주택자 종부세 7만원 인상… 33억 2주택자는 352만원 올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정부에 제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공청회에서 특위가 공개했던 네 가지 종부세 인상 시나리오〈본지 6월 23일 A4면 참조〉 중 가장 강력한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부동산값이 오르고, 국토교통부가 공시지가의 시가반영비율을 높이면 세(稅) 부담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 있어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속도를 연간 5%포인트로 낮췄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연 5%포인트씩, 주택분 세율은 최고 0.5%포인트 인상

    본지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종부세액 변화를 알아본 결과 15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경우 추가 세 부담은 1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12억 32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올해 종부세는 51만원이지만 내년에는 58만원으로 7만원 인상 수준에 그친다. 이 아파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로 오르는 2022년에도 종부세액이 69만원에 그친다. 송파구 잠실동의 주공 5단지아파트(공시가격 12억5600만원) 역시 종부세액이 올해 59만원에서 내년 63만원으로 4만원 인상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소유자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다소 커진다. 공시가격이 20억3200만원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올해 종부세는 249만원이지만 내년에는 287만, 2022년에는 363만원을 내야 한다. 고가 다주택자는 부담이 훨씬 커진다. 올해 공시가격 합계액이 33억 정도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잠실 주공5단지를 한 사람이 소유할 경우 내년에는 올해 종부세액(1229만원)보다 352만원 오른 1581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같은 33억원짜리 주택 보유자라도 1주택자라면 종부세 상승분은 270만원 정도에 그친다.

    ◇다주택자 '징벌적' 인상 권고

    특위는 이날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초(超)중과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개혁특위가 권고한 종부세 개편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주택자 등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 인상은 예견돼왔던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위 위원 중 상당수가 그동안 '부자 증세'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강병구 위원장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구재이 굿택스 대표는 참여연대에서,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경력을 쌓은 좌파 성향 시민단체 인사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특위가 종부세 인상 시나리오를 발표하자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참여연대는 세율을 1~4%로 현행보다 2배씩 높이는 내용의 '종부세 개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 특위 내부 인사는 "일부 위원들이 다주택자에 대한 초중과세를 비롯해 과도한 세율 인상을 주장해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이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효력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 주요 세제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거론돼 온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문제는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반쪽 개혁'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근로자 1774만명 중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근로자는 774만명으로 전체의 43.6%에 달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특위 권고안은 근로소득세 면세자에 대한 과세 방안 등 그간 논란이 돼온 분야는 제외하고 부동산 문제에만 치우쳤다" 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고가(高價)의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됐다. 주택의 경우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넘으면 과세 대상이고 세율은 0.5~2.0%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 금액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이다. 종부세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뺀 금액에 이 비율(현재 80%)을 곱해서 구한다. 집값 합계가 10억원인 주택 2채를 보유했다면 6억원을 넘는 4억원에 대해 80%, 즉 3억2000만원에만 종부세가 부과된다.




    774만명은 세금 안내는데… 부동산·금융 소득자만 겨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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