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석유 소비 증가율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석유 소비량 자체는 2040년까지 계속 늘어납니다. 우리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석유협회 회장실에서 지난달 5일 만난 김효석(69) 대한석유협회장은 "국내 석유 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는 얼핏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효석 석유협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협회는 각종 이슈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직원들과 함께 에너지 분야를 연구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원유 정제시설 규모는 세계 6위다. 원유는 전량(全量) 수입하지만, 원유 정제를 통해 생산한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50% 이상을 수출한다. 수출 효자 품목이다.

김 회장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데도 석유산업을 이렇게 키웠는데, 지금도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유사들이 부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고 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받았다. 중앙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치에 입문,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정책통'으로 불렸으며, 민주당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작년 11월 22대 석유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석유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수송용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한데, 에너지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전기에 붙는 세금은 너무 낮은 반면, 휘발유나 경유에 붙는 세금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석유와 석탄은 1차 에너지원이고 전기는 1차 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한 2차 에너지원인데도, 우리나라에선 전기가 석유보다 더 싸다"며 "그러다 보니 공장은 물론 가정용 난방과 취사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에너지 과소비가 나타난다"고 했다.

기업들의 친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도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올해부터 환경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3%에서 1%로 줄였다"며 "세액 공제율을 다시 3%로 높인다면 정유업계가 친환경 투자에 대한 설비 투자를 늘려 환경 산업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인 미세 먼지 문제에 대해 김 회장은 "휘발유와 경유,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의 배출가스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이런 연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신중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요즘 석유협회 직원들과 스터디 모임을 함께 하며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이 쓴 900페이지짜리 '2030 에너지전쟁'을 열공 중"이라며 "직원들과 매주 한 번씩 모여 발표와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하는 세미나도 매달 한 번씩 열고 있다. 석유업계 현안뿐만 아니라 원유탐사·개발이나 석유화학 등 인접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미세 먼지, 4차 산업혁명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김 회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석유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면 석유협회부터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협회를 석유업계의 '지식 허브'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