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사진〉 LG그룹 부회장은 29일 조카인 구광모 상무가 그룹 회장에 오름에 따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구본준 부회장은 작년부터 와병 중이던 형을 대신해 그룹을 대표하며 승계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구 회장이 작고한 직후 이달 초 열린 LG그룹 상반기 사업보고회 주재를 하현회 부회장에게 넘기는 등 그룹을 떠날 준비를 해왔다. 연말에는 지금 맡고 있는 그룹 부회장과 LG전자·LG화학 등기이사직까지 모두 내려놓는다.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LG가(家)가 지켜온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LG 지분 7.72%를 가진 2대 주주여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과거 LG가 가족들이 그랬듯, 구 부회장도 지분을 팔아 계열사를 사서 독립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과거에 새로운 총수 체제가 확립되면 방계 가족들은 계열 분리 등의 수순을 밟아왔다.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독립시켜 LIG그룹을 만들었고, 또 다른 동생 구태회·구평회·구두회 형제는 2003년 LS그룹을 세웠다.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능·구본식 형제는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구 부회장이 LG상사나 LG이노텍을 계열 분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구 부회장이 ㈜LG주식을 매각한 금액으로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는 계열사다. 그러나 LG그룹의 핵심 사업과 연관이 큰 사업이고 그룹 규모가 축소된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구 부회장의 지분이 꽤 큰 규모인 만큼 ㈜LG 지분을 전부 다 매각하지 않고 주요 우호 주주로 남게 될 가능성도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 상황이 급작스럽게 전개돼 아직 특별한 준비를 하거나 공론화한 내용이 없다"며 "결론이 나려면 주주 간 협의 과정이 필요해 시간을 갖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