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기준상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 불필요"

삼성, 현대차 등 통합감독 대상인 금융그룹 7곳의 금융 계열사 중 당장 추가자본을 확충해야 하거나 비금융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매각할 정도로 위험도(리스크)가 큰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감독제도 도입 논의 당시 특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적어도 삼성그룹의 건전성 기준으로 봤을 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잠정 결론이 나온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금융그룹 7곳을 대상으로 통합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한다며 이들 그룹에 대한 점검(시뮬레이션) 결과, 위험도가 높은 금융계열사는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합감독제도는 그룹 내 금융계열사가 그룹 전체 및 비금융계열사의 건전성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자본금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룹 내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을 경우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본금을 더 쌓도록 강제 조치할 수 있다. 감독대상이 되는 금융그룹은 금융자산이 5조원을 넘거나 금융계열사 2곳 이상을 보유한 곳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혁신단장은 "이번 모범규준은 지난 3월 공개한 초안의 큰 골격을 유지하되, 일부 기술적 사항을 수정 보완했다"며 "올해 하반기 중 모범규준을 토대로 통합감독법안 최종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해 궁극적으로 법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그룹 건전성 221%, 기준치 두배 웃돌아..."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 불필요"

조선DB

통합감독제도는 ▲그룹 전체의 위험관리 체계 ▲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 ▲금융그룹 감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중 핵심 규제항목은 건전성 관리 부분이다. 그룹 전체와 비금융계열사의 건전성 위기가 금융 계열사에 전이되지 않도록 충분한 자본을 쌓도록 하거나, 복잡하게 얽힌 금융거래·지분 등을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본적정성 기준은 '적격자본/필요자본'이 100%를 넘도록 하고 있다. 금융계열사 자본을 모두 합친 것이 적격자본이다. 필요자본은 금융업권별 법상 요구하는 최소자본으로 정의된다. 실제 자본을 업권의 필요 자본보다 더 쌓으라는 의미다.

금융위는 금융계열사간 상호·순환·교차출자 등을 적격자본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이같은 자본은 위기상황에서 실제로 손실을 흡수할 수 없는 재무상의 허수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또 대주주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져),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금액 등 일정한 한도를 넘어서는 자본은 필요자본에 가산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별도의 평가를 거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얼마나 충실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1~5등급으로 평가한다. 평가등급에 따라 필요자본을 5%~25%까지 가산하거나 총위험자산을 0.5%~2.5%까지 확충해야 한다. 평가항목은 ▲위험관리체계 ▲전이위험관리 ▲이해상충방지 등이다.

금융위는 이 기준으로 7개 금융그룹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당장 추가자본을 쌓거나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은 현재 기준으로 적격자본/필요자본이 328.9%다. 통합감독제도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221.2%로 낮아지지만 기준점인 100%를 크게 웃돈다.

새 기준을 적용한 한화의 적격자본/필요자본 비율은 152.9%, 교보생명은 200.7%, 미래에셋 150.7%, 현대차 127.0%, DB 168.7%, 롯데는 176.0%로 모두 100%를 초과했다.

이 단장은 "시뮬레이션은 말 그대로 모의 실험에 해당되는 것으로 연말 모범규준 최종안이 확정되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삼성을 포함한 7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한숨 돌린 금융그룹…금융위 “올해 규제안 확정, 내년 4월 평가 추진”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행으로 가장 긴장한 곳은 삼성이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23%로 시가총액으로 약 24조원에 이른다. 삼성그룹 및 삼성생명에 대한 자본적성 평가 결과 미흡하다고 결론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거나 천문학적인 자본금을 쌓아야 한다.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삼성생명도 당장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자본금을 쌓을 필요가 없어 삼성그룹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사인 삼성생명을 통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핵심 지배고리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지배구조 개혁 대상 중 핵심 사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적어도 삼성그룹 건전성 기준에서는 지분 매각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달 통합감독 시범운영을 시작하면서 규제영향평가 및 의견수렴을 거칠 계획이다. 오는 12월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4월부터 두 달 간 금융그룹별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기준에 미달하는 그룹에는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다. 금융위는 적기시정조치 그룹에 대해선 최소 3년에서 최대 7년까지 리스크 해소 유예기간을 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