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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7년 특허戰 종지부… "누구도 승리 못한 소송"

  • 박순찬 기자
  • 강동철 기자

  • 입력 : 2018.06.29 03:08

    삼성, 애플에 물어줘야 할 최종 배상액은 6000억~7000억원선

    삼성전자애플이 7년간 끌어온 스마트폰 특허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두 회사는 지난 27일(현지 시각) 재판을 관할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화해하고 모든 소송을 취하한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8일 "특허 분쟁 종결에 합의한 것은 맞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플도 합의 조건은 공개하지 않고 "우리가 아이폰을 통해 만들어온 혁신과 노력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특허 소송에 장기간 매달리는 게 실익(實益)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이 애플에 물어줘야 할 최종 배상액은 6000억~7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2014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최고경영자가 나란히 행사장을 나오는 모습.
    27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와 애플이 7년간 끌어온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사진은 2014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최고경영자가 나란히 행사장을 나오는 모습. 당시 회동 3주 만에 양사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양사 간 특허 전쟁은 애플이 지난 2011년 4월 '삼성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했다'고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은 갤럭시S에 이어 S2를 출시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던 시점이었다. 삼성도 애플이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은 세계 9국으로 번졌고 7년간 이어졌다.

    ◇7년간 치열한 자존심 싸움… 배상액 계속 낮춰

    애플은 지난 2011년 삼성이 둥근 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의 제품 디자인과 화면 주변의 검은색 테두리, 격자 형태의 앱 배열 등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디자인을 삼성 갤럭시폰이 베끼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소송을 주도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삼성을 '카피캣(copycat·모방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아이폰 디자인은 전혀 새로울 게 없고 소비자들이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혼동할 우려도 없다"고 반박하고 맞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한국·영국을 비롯해 세계 9국으로 확대된 소송전에서 일부는 애플이, 일부는 삼성이 승리했다.

    삼성전자-애플 소송 일지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양사는 2014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소송은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팀 쿡 애플 CEO를 만난 직후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소송을 제기한 지 6개월 만인 2011년 10월 세상을 떠난 데다 팀 쿡 CEO는 아이폰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과 소송을 끌어봐야 이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은 줄곧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배상금 규모를 두고 1심, 항소심, 대법원 그리고 다시 1심으로 이어지는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졌다. 지난 2014년 1심에서 애플에 9억300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던 삼성은 지난달 다시 진행된 1심 배심원 평결에서 총 배상액을 6억8900만달러(약 7700억원)까지 낮췄다. 삼성은 배심원 평결에 불복해 지난 7일 재심(再審)을 요청했다가 20일 만에 전격적으로 특허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미 법원에서 제시한 배상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 합의 금액은 대략 6000억~7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실익 크지 않은 소송전… "본연 사업 집중"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의에 대해 7년간의 특허 소송을 통해 얻은 실익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7년간 진행된 소송에서 두 회사는 특허를 침해한 상대방 제품의 판매 금지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정작 대상 제품이었던 갤럭시S·S2나 아이폰3GS·4 등 구모델은 시장에서 사라졌다. 결국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수억달러의 로펌(법무법인) 자문료만 쓴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양사는 아무것도 쟁취하지 못한 소송이었다. 유일한 승자는 로펌"이라고 보도했다.

    불필요한 비용과 갈등을 줄이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양사가 미국 외 국가의 특허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것처럼 과거에 계속 발목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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