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국산 SUV '이쿼녹스'...경쾌한 느낌, 가격은 비싼편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8.06.23 11:00 | 수정 2018.07.24 21:26

    최근 몇 년간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제 때 내놓지 못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데다, 올들어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나오면서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정부가 추가지원을 결정하고 노조와 임금·단체협상도 타결해 가까스로 위기를 탈출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반등의 전환점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실적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해 줄 신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GM 이쿼녹스/진상훈 기자
    벼랑 끝에 몰렸다 한숨을 돌린 한국GM이 마침내 지난 6일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차 이쿼녹스를 내놨다. 이쿼녹스는 GM이 지난 2004년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이번에 선보인 차량은 지난해 완전변경된 3세대 모델이다.

    이쿼녹스는 첫 출시 후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3세대 이쿼녹스는 SUV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지난해 29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검증 받았다. 그 동안 현대자동차(005380)등 경쟁업체들과 맞설 만한 신차의 배정을 고대해 온 한국GM에게는 이쿼녹스가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은 모델이다.

    지난 19일 서울과 강서구 경기도 파주시를 오가는 왕복 90km 구간에서 이쿼녹스를 타봤다. 시승차는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단일 차종으로 출시한 1.6리터 디젤 모델의 최상위 트림인 이쿼녹스 프리미어였다.

    ◇ 중형 SUV치고 작은 차체…레그룸 여유 있지만 뒷 좌석 좌우 폭은 좁아

    이쿼녹스 전면부/진상훈 기자
    이쿼녹스의 첫 인상은 GM 쉐보레 브랜드가 추구해 온 디자인 철학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 즉 날렵한 강인함을 충실히 계승한 느낌이 강했다. 전면부는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해 견고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LED 헤드램프는 가늘고 끝이 뾰족하게 올라가도록 디자인 돼 묵직함보다 날쌘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쿼녹스 측면부/진상훈 기자
    차체는 중형 SUV치고 다소 작다는 느낌이 앞섰다. 마치 준중형 모델인 현대차 투싼과 중형 SUV 싼타페의 중간급 모델 정도로 보였다. 이쿼녹스는 전장 4650mm, 전고 1690mm, 전폭 1845mm, 축거 2725mm로 설계돼 싼타페에 비해 전장은 125mm, 전폭은 45mm, 축거는 40mm가 작다.

    이쿼녹스 후면부/진상훈 기자
    실제로 운전석에 탑승해 보니 외부에서 본 것만큼 작다는 느낌은 덜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공간은 충분했고 뒷 좌석에서는 앞 좌석 등받이와 무릎 사이의 공간(레그룸)도 여유가 있었다. 다소 짧은 전장에 비해 앞 바퀴와 뒷 바퀴의 거리인 축거가 길어 외관과 달리 실내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이쿼녹스 뒷좌석/진상훈 기자
    다만, 전폭이 짧아 뒷 좌석에 성인 3명이 탑승하면 다소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쿼녹스는 중형 SUV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전폭은 1850mm인 투싼보다도 짧다. 공간 활용성에서 비교 우위를 가져야 할 중형 SUV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 모델들에 비해 뒷 좌석이 좁은 점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실용성이 강조되는 SUV답게 화물 적재공간은 충분히 넓은 편이다. 원터치 폴딩 시스템을 이용해 2열 시트를 평평하게 접을 경우 최대 1800리터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쿼녹스 적재공간/진상훈 기자
    실내 디자인도 화려함보다는 이용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시보드의 높이를 낮춰 탁 트인 시야를 확보했고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8인치 터치스크린과 각종 버튼도 사용하는데 무리 없이 간결하게 배치됐다. 다만, 대시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내부 마감재가 플라스틱 소재로 적용돼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 차체 경량화로 경쾌한 주행성능 확보…햅틱시트 등 안전사양 돋보여

    주행을 시작한 뒤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매끄럽게 치고 나갔다. 이쿼녹스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속력을 과시하기 보다는 안정감있게 서서히 속도를 끌어올리는 느낌이었다.

    이쿼녹스 내부/진상훈 기자
    이쿼녹스에 탑재된 1.6리터 에코텍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낸다. 싼타페 등 다른 중형 SUV 디젤 모델들에 비해 출력과 토크가 낮다. 그러나 공차중량이 1645kg로 1800kg을 넘는 경쟁 차종들보다 가벼워 한층 경쾌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GM은 이쿼녹스에 신형 SUV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스마트 엔지니어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체 하중을 줄이고 견고한 구조를 완성했다. 이쿼녹스는 차체의 82%에 고장력, 초고장력 강판이 적용돼 2세대 모델에 비해 중량은 180kg 줄었고 차체 강성은 22% 향상됐다.

    이쿼녹스에 탑재된 1.6리터 에코텍 디젤 엔진/진상훈 기자
    차체의 안정감과 제동장치의 반응도 수준급이었다. 고속주행 중 여러 차례 가속 상태에서 차선을 변경하거나 스티어링휠을 급하게 꺾어도 차체는 별다른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했다. 제동장치는 약간의 힘을 줘도 기민하게 속도를 줄이며 차선 변경과 곡선주로 주행을 편하게 만들어줬다.

    디젤 모델치고 소음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었다. 디젤차 특유의 엔진 구동음은 실내에서 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하진 않았고 풍절음도 잘 억제됐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가까이 속도를 높이자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나오는 소음이 다소 큰 편이지만, 도심주행에서는 상당한 정숙성을 보였다.

    이쿼녹스에 적용된 휴대전화 자동충전 기능/진상훈 기자
    다양하게 적용된 안전·편의사양도 눈에 띄었다. 주행 중 주변차량 여부를 확인한 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이탈해 들어가자 좌석 쿠션에서 강한 진동이 감지됐다. 경고음을 울리지 않고 좌석에서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햅틱시트’로 GM의 특허 기술이다. GM은 캐딜락을 비롯한 고급 모델에만 한정했던 햅틱시트를 국내에서 출시하는 이쿼녹스에 기본적으로 적용했다.

    역시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차선 유지 보조기능도 유용했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자 차체는 좌우 차선을 감지하면서 스스로 주행을 지속했다. 현대차 등 여러 경쟁사들이 적용한 차선 유지 보조장치가 차선의 중앙을 인식해 주행하는 점과 달리 이쿼녹스에 적용된 장치는 좌우 차선의 이탈 여부를 인식해 조향을 제어한다. 이 때문에 차선에서 차체가 다소 흔들렸고 이탈시 제어가 다소 투박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 운전의 즐거움보다 실용성 중점 둔 패밀리카…싼타페보다 비싼 가격이 변수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14.3km였다. 이쿼녹스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리터당 13.3km. 고속도로에서는 리터당 14.9km, 도심에서는 12.2km다. 시승 구간이 자유로를 포함한 고속주행코스가 많았고 도심구간이 짧았기 때문에 제원상 복합연비보다 더 높게 기록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쿼녹스의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터치스크린 모니터와 공조장치/진상훈 기자
    전체적으로 이쿼녹스는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바탕으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패밀리카라고 생각된다. 특히 국내에서 출시되는 모델은 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과 전방 충돌 경고, 스마트 하이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되는 점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쿼녹스의 초반 성적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가격이다. 이쿼녹스의 가격은 LS 트림이 2987만원, LT 트림은 3451만원, 프리미어 트림은 3892만원이다. 여기에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가 결합된 전자식 AWD 시스템을 선택하면 200만원이 추가된다.

    현재 중형 SUV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신형 싼타페 디젤 2.0 모델의 가격은 2895만원부터 3635만원으로 이쿼녹스보다 저렴하다.

    한국GM 이쿼녹스/진상훈 기자
    지난해 한국GM이 출시한 신형 준중형세단 크루즈는 극심한 판매 부진에 허덕이다 올해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단종됐다. 국내에서 크루즈가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에 비해 높게 형성된 가격이었다. 소비자들은 신형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500만원 가까이 가격이 비싼 이유를 결코 납득하지 못했다.

    한국GM은 동일한 옵션을 적용할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쿼녹스가 미국보다 약 300만원 저렴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비교 모델은 미국 이쿼녹스가 아닌 국내에서 판매되는 싼타페다. 이쿼녹스가 가진 강점과 매력이 가격 논란을 불식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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