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위해… 적과의 동침

조선일보
  • 류정 기자
    입력 2018.06.21 03:07

    현대차, 아우디와 수소차 동맹… 정의선 "새로운 전환점 될 것"

    현대자동차아우디가 '수소차 동맹'을 결성하고 글로벌 수소차 시장 개척에 나선다. 수소차는 달리면서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어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지만 주행 거리는 길다. 그러나 기술 제한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양산차가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을 키우기 위해 수소차 선도업체(현대차)와 글로벌 최대 자동차업체(폴크스바겐그룹)가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차는 일단 시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며 "수소차의 미래가 밝다는 공감대를 갖고 수소차 양산을 협업하는 만큼 수소차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최대 차 업체와 특허·부품 공유… 수소차 판도 바뀐다

    두 회사는 20일 "각사가 보유 중이거나 향후 특허 출원 예정인 수소차 연료전지 관련 기술과 부품을 공유하는 협약을 맺었다"며 "수소차 글로벌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수소차 기술 경쟁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수소차 개발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과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적용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수소차 기술력은 현대차가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어 2013년 세계 처음으로 수소차(투싼 FCEV)를 상용화했다. 올 초엔 5분 충전으로 609㎞를 주행하는 수소차 넥쏘를 출시해, 2014년 '미라이'(주행거리 502㎞)를 출시한 도요타와 2016년 '클래리티'(589㎞)를 출시한 혼다와 함께 수소차 개발을 선도하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2006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국내에 판매했을 당시, 글로벌 차업체들이 각종 특허 장벽에 막혀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신속히 진출하지 못했던 경험을 교훈 삼아 수소차 기술은 미리 선점해온 것이다.

    아우디는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H-트론'이라는 수소차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하고 2020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수소차 저변을 확대하려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수소차 판매량은 3000여 대로, 122만대가 팔린 전기차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1000만대를 판매하는 폴크스바겐그룹이 현대차와 함께 공격적 시장 확대에 나서면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아우디와의 파트너십은 글로벌 수소차 시장 활성화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BMW, 혼다-GM… 글로벌 수소차 동맹 경쟁 본격화

    적과의 동침 글로벌 수소차 동맹

    글로벌 차업체들은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을 위해 IT·통신 기업이나 부품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경쟁 관계인 완성차 업체끼리 손을 잡는 경우는 유독 수소차 분야에 집중돼 있다. 현대차와 아우디 이전에도 글로벌 차업체들의 수소차 동맹은 있었다. 2013년 파트너십을 맺은 도요타와 BMW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플랫폼은 차량을 구성하는 핵심 기본 틀로 제동·조향장치뿐 아니라 수소차의 심장격인 '스택'(연료전지)을 포함한다. 2016년 GM은 혼다와 스택을 공동 생산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0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닛산·포드·다임러도 2013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의 공동 전선은 아직까지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수소차시장에 현대차-아우디 동맹이 가세하면, 연합군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수소차 시장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차 보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수소차 관련 원천 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글로벌 초기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이라며 "스택 등 수소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국내 부품 협력사들의 글로벌 수출 증가로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을 계획 중인 만큼 앞으로 수소차 시장이 더 커지고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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