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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 6개월째 5만가구…집값 하락까지 겹치면 지역 경제 '출렁'

  • 이진혁 기자
  • 입력 : 2018.06.19 06:06

    지방 미분양 물량이 5만가구 수준에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이나 경기도 일부 지역과는 달리 지방의 경우 지역 산업 침체와 공급 물량 증가가 맞물려 미분양이 더 쌓일 위험이 커졌다. 최근에는 집값마저 하락하고 있어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은 5만9583가구다. 이 중 서울(47가구)과 인천(1311가구), 경기(9003가구)를 제외한 지방 미분양은 4만9222가구에 이른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4만7000가구 수준이었는데, 올해 1월 4만9256가구까지 늘어나고서 2월 5만가구를 돌파했다.


    불 꺼진 경남 거제 빌라촌. /조선일보DB
    불 꺼진 경남 거제 빌라촌. /조선일보DB
    미분양 증가는 그동안 주택 공급이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강원도 미분양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2693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 5215가구로 늘었고 4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충북도 지난해 말부터 계속 4000가구대를 유지하며 미분양이 줄지 않고 있다. 충남은 1만가구 안팎이며, 경북은 7000가구, 경남은 1만3000가구 수준을 기록 중이다.

    현재 미분양은 과거 미분양이 많았던 때와 비교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09년 3월의 경우 전국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이 16만5641가구에 달했다. 지방 미분양도 전체 미분양의 80%를 웃돈 13만7041가구였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지금 미분양은 과거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그동안 공급량이 많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공급되는 민영아파트는 50만6838가구로, 이중 지방은 23만1122가구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지방엔 14만여가구(전국 26만4900가구), 2016년엔 19만여가구(37만1200가구)가 쏟아졌다. 전국 기준으로 3년간 100만가구 넘게 쏟아진 셈이다. 분당급 신도시가 10개 건설된 것으로 보면 된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수요가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양이 공급됐다고 보고 있다.


    지방 미분양 6개월째 5만가구…집값 하락까지 겹치면 지역 경제 '출렁'
    공급 전망을 보는 지표로 활용되는 주택 인허가 실적을 봐도 마찬가지.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65만3441가구였고, 이중 지방은 33만2039가구에 달했다. 2016년에도 지방은 38만4886가구(전국 72만6048가구)였다. 보통 인허가 뒤 착공·분양까지 2년 정도가 걸리는데, 전에 인허가를 받아둔 물량이 쏟아진다면 공급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주택시장 상황이 좋아져 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서울 집값은 3.44% 올랐는데, 6개 광역시 집값은 0.22%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부산은 0.28%, 울산은 0.96% 하락했다. 강원과 충북, 충남, 전북, 경북, 경남 등의 지자체 집값도 모두 하락했다

    집값이 하락하면 미분양은 더 심각한 문제로 번지게 된다. 집값이 내려가 분양가를 밑돌게 되면 기존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시공사의 이자 부담, 금융사의 연체율 상승 등이 나타나며 주택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 급증으로 1998년 한 해 동안 522개 건설사가 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대구와 세종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남아있는 데다 앞으로 공급량도 상당해 공급과잉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지역 기반 산업 침체와 정부 규제가 맞물리면 지방 주택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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