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고용대란' 비농업 민간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청년 일자리 '최악'

  • 세종=조귀동 기자

  • 입력 : 2018.06.15 11:43 | 수정 : 2018.06.15 15:44

    공공 및 농업을 제외한 순수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상태로 추락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어야 할 민간 부문의 취업자 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고용 대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던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달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 능력을 뜻하는 비공공행정 부문 일자리와 비농업민간 부문 일자리가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비공공행정 부문 일자리는 전년동기 대비 1만4000개 줄었다. 여기에 ‘농업, 임업 및 어업’(6만1000명 증가)까지 제외한 비농업민간 일자리의 감소폭은 7만5000개에 달했다. 비공공행정 부문 일자리는 2010년 1월월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비농업민간 일자리는 4월(-1만1000명)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었다. 비농업 민간 일자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노동시장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돌아간 셈이다. 비농업 민간 부문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있던 일이다.

    고용 대란의 원인은 한국 경제의 두 축인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자리가 동반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16.4%) 여파로 취약계층인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가 직격탄을 맞았다. 5월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 감소폭은 24만명으로 확대됐다. 건설업 경기 둔화도 한몫했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업의 취업자 증가폭은 3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건설업의 취업자수도 곧 감소세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비농업민간 일자리 7만5000개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청년 실업률 ‘최악'


    '고용대란' 비농업 민간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청년 일자리 '최악'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7만8000명에 그쳤다. 2010년 1월 이후 최저치다. 2~4월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추락한 것에 이어서 이제 ‘바닥’까지 뚫고 내려간 셈이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4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08년9월~2010년2월) 처음이다.

    실업률은 4.0%로 2000년 5월(4.1%)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만 15~29세) 실업률도 10.4%를 기록해 2000년 통계작성 이래 최악이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도 23.2%로 5월 기준 통계 작성(2015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자 수는 112만1000명으로 올들어 5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청년 취업 문제는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만 20~29세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만9000명 줄었다. 해당 연령대 취업자수가 감소한 것은 올해 처음이다. 20대 실업률은 10.7%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포인트 뛰었다. 30대(0.6%p), 50대(0.3%p), 60세 이상(0.1%p) 등 다른 연령대보다 실업률 증가 폭도 크다.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으로 취업자가 줄어든 게 아니란 의미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공무원 시험이 이전보다 앞당겨 실시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늘고 취업자는 증가하지 않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주당 36시간 이상 일자리 33만3000개 줄었다…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


    '고용대란' 비농업 민간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청년 일자리 '최악'
    최저임금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지속되고 있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에서 주당 36시간 일하는 사람은 전년 동기 대비 33만3000명 줄었다. 거꾸로 36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은 34만명이 늘어났다. 매일 출근해 일정 시간 이상 일하는 제대로 된 일자리는 줄고 파트타임 일자리만 늘었다는 얘기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5일간 8시간씩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주당 40시간이다.

    기재부는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 임시직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임금이 낮은 임시, 일용직에서 근로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임시직에서 근로 시간 단축은 최저임금과 무관치 않다. 노동연구원은 지난달 개최한 ‘문재인 정부 1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 발표문에서 “고용량 조정에 비해 근로시간 조정은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며 소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시간을 줄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 업종의 일자리는 10만2000개가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 업종에서 6개월 이상 계속 취업자수가 줄어든 것은 2011년 2월 이후 7년 3개월만이다.

    ◇ 제조업 일자리 7만9000개 사라져

    '고용대란' 비농업 민간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청년 일자리 '최악'
    제조업 취업자는 7만9000명 줄었다. 4월(-6만9000명)과 합치면 총 14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제조업 취업자수의 경우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7년 5월까지 12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다 회복세를 보였었다. 단순히 구조조정 여파나 기저효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높은 만 30~49세 취업자수 변화를 시도 단위 지역별로 살펴보면 조선업이 집중된 경남 지역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만3000명 증가했다. 서울(-3만3200명)을 제외하면 부산광역시(-3만2400명), 대구광역시(-2만4100명), 강원도(-2만2000명), 경상북도(-2만1700명), 광주광역시(-1만5900명) 순으로 해당 연령대 취업자 감소 폭이 컸다.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 영향을 직접 받는 전북의 해당 연령대 취업자수 감소폭은 1만2600명이었다.


    '고용대란' 비농업 민간 일자리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청년 일자리 '최악'
    이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조선, 자동차 등 특정 업종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3월 현재 ‘제조업’에 속하는 68개 업종 가운데 80%에 달하는 53개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전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17개 업종의 가동률은 1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자동차, 조선뿐 아니라 석유화학, 전기전자, 기계, 경공업 등 전방위에서 가동률의 하락 현상이 빚어졌다. 이중 12개 업종의 가동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장기간 하락 곡선을 그렸다. 반면 가동률이 오른 업종은 반도체, 휴대폰 등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15개에 그쳤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제조업 업황이 크게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용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제로 고용’이 얼마나 계속되느냐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비관적이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논쟁이 있긴 하지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면 고용이 증가세로 돌아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EITC(고용장려세제) 등 개편 등을 뒤늦게 꺼내고 있긴 하지만 민간 일자리 창출 역량이 떨어지는 시기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대로 된 고용 정책을 내놓지 않던 상황에서 이제 새 대책을 내놓아도 실기(失機)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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