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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통합 국과위 부의장 “정부 R&D예산 기초연구에 써야지 정책 지원에 써선 안돼”

  • 김민수 기자
  • 입력 : 2018.06.14 16:38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민간 위원이 부의장을 맡는 정부 연구개발(R&D) 정책 및 과학기술 정책 최상위 자문·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국과위)’가 지난 4월 출범했다. 통합 국과위는 약 20조원에 달하는 정부 R&D 예산 배분의 방향성과 과학기술 정책 자문 역할을 한다.

    염한웅 통합 국과위 부의장 “정부 R&D예산 기초연구에 써야지 정책 지원에 써선 안돼”
    통합 국과위 민간 부의장을 맡은 염한웅(사진) 포스텍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에서 과학기자협회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2017년 8월 말 국과위 부의장에 임명된 뒤 6월 말 대통령이 의장으로 참석하는 통합 국과위 첫 전원회의를 앞두고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과 국과위의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 R&D 예산은 다른 정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며 “예를 들어 일자리를 늘리거나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큰 정책에 R&D 예산이 활용되는 식이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성과를 위해 정부 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쓰는 대학과 출연연에 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을 독려하거나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구기관을 동원하는 식으로 정부 R&D 예산을 쓰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염 부의장은 부처별 정부 R&D의 예를 들며 정부 R&D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의 R&D는 미세먼지 해법이나 수질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하겠지만 지금은 환경산업 지원 육성과 환경기업 00개 육성을 목표로 내세운다”며 “보건복지부도 보건산업 육성 및 지원에 R&D 예산을 쓰겠다고 하는 등 R&D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하기 힘든 기초연구나 미세먼지, 지진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R&D 등을 정부 R&D 예산으로 대학이나 출연연구기관 등이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부의장은 “포항지진의 지열발전 영향 여부가 논란이 되면 지질자원연구원이 답을 내놓고, 라돈침대가 논란이 되면 원자력연구원이 답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초연구와 공공 연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부 R&D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정부 R&D의 큰 틀을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가.

    “정부 R&D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전에는 기간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다. 단순한 목표였다. 대학이든 출연연구기관이든 국가 기간 산업 육성이 중요한 미션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 R&D의 미션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 민간에서 하지 않는 기초연구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공공 연구 등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 R&D 틀을 바꿔야 한다.”

    -출연연구기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정부 R&D의 중심축인 출연연구기관도 마찬가지로 방향성을 잃었다. 지난 정부처럼 출연연구기관이 중소 벤처기업을 지원하라는 식은 맞지 않다. 벤처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서 출연연구기관의 사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장기적으로 방향을 잡고 연구할 수 있는 큰 연구주제를 만든 뒤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연구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이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기초연구와 공공연구를 출연연구기관이 해줘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런 혁신을 해내려면 과학기술계 커뮤니티에서 어느 정도 컨센서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예산을 쓰는 기관은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가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지금은 SCI급 논문수나 특허 개수, 기술료 수입 등 정량적 평가를 한다. 만일 공공 연구를 출연연구기관이 할 경우 현재 이런 방식의 평가는 실정에 맞지 않다. 또 1년 단위 평가는 의미없다. 미션을 확실히 정하고 그 미션에 어느 정도 부합했는지를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저명한 전문가들을 활용해 연구 수준을 학술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성장동력과 선택과 집중 등을 정부 R&D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차세대 먹거리와 관련해 정부 R&D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산업은 민간 기업들이 잘하는 영역이다. 정부 R&D로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선택과 집중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도 없는데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거론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부 R&D 기본 철학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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