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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압승…복잡해진 삼성 지배구조 개편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8.06.14 12:00

    6·1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 12곳 중 11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 정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요 대기업 중에서는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만 남은 상황인데, 이번에 여당이 압승하면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렛대로 삼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는 계열사의 지분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지금은 취득가를 평가 기준으로 하는데, 개정안은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005930)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032830)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20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김지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20일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김지호 기자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의석 수는 119석에서 130석으로 늘게 됐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20석), 바른미래당 내 이탈파(3석), 일부 무소속 의원까지 더하면 사실상 ‘여대야소(與大野小)’가 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향후 국회에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봐야 하지만, 여당이 압승하면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을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민병두, 심상정, 노회찬 등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와 국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있지만,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이 안은 지난 정부에서 ‘삼성 특혜’로 낙인찍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삼성의 편의를 봐주려 했다는 혐의로 특별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삼성물산(02826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등 보유 주식을 매각한 다음 이 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할 것이란 추측도 나왔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어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결론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정도 다시 조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삼성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모두 지배하는 것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 규제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중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지배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그 길만이 파국을 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있는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조선 DB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있는 삼성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조선 DB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주식 총 2699만주(1조385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삼성 측은 “이번 매각은 ‘10%룰’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확대 해석은 피해달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0%룰은 계열 금융사들이 비금융 제조업 회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전자 지분 8.27%, 1.45% 등 총 9.72%를 갖고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연말쯤 두 회사 지분율은 합쳐서 10.4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는 중이고 그룹의 컨트롤타워까지 없어진 상황이라 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큰 그림’을 그릴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에 형성된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은 있지만,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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