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으로 보폭 넓히는 정용진의 신세계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8.06.13 06:0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PL(Private Label·자체 브랜드) 박람회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출품한 ‘피코크’ 19종과 함께 해외 주요 PL 제품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피코크와 PK마켓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선진국 시장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PL박람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PL 박람회에서 해외 PL 제품을 살펴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식품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피코크가 대표하는 가정간편식 제조에서 프랜차이즈까지 거침 없는 행보다.

    과거 신세계는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지알에스 등 식품 계열사를 보유한 유통 라이벌 롯데와 달리 백화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 채널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1위 커피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스타벅스가 대성공을 거두고, 식품 계열사 신세계푸드(031440)가 최근 피코크·올반 등 가정간편식 PL 성장세를 발판으로 약진하며 롯데와 같이 식품·유통간의 ‘수직계열화’를 이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 식품사업의 대표주자는 이마트 가정간편식 PL 피코크다. 피코크는 1인가구, 맞벌이 증가라는 세태 변화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를 활용한 넓은 공급망도 강점이다. 2013년 출시한 피코크의 첫해 매출은 34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매출은 2280억원까지 올라 4년 사이 약 571% 뛰었다.

    이마트는 피코크의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하반기 홍콩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웰컴사와 정식 수출 계약을 맺고 현지에 피코크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법인을 통해 ‘이마트 PK’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그룹은 ‘PK’ 브랜드를 살려 내년 5월을 목표로 한식을 포함한 각종 아시아 식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에서 구매한 재료를 바로 요리해 먹는 것) 매장 ‘PK마켓’의 미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올해 초 PK마켓 후보지 탐색을 위해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피코크의 약진에 신세계푸드의 실적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15년 가정간편식 전용공장인 음성공장을 준공하고 피코크 OEM 생산을 시작했다. 2015년 당시 매출 9064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했던 신세계푸드의 실적은 지난해 매출 1조2075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으로 2년만에 각각 33.2%, 242.5% 신장했다.

    실적을 견인한 분야는 피코크, 올반 등 PL제품을 생산하는 가정간편식 제조부문이다. 신세계푸드의 가정간편식 제조부문 매출은 2015년 330억원에서 지난해 145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가정간편식 제조부문의 매출 비중은 3.6%에서 12%로 늘어났다. 기존 급식·베이커리·외식 위주 사업구조를 지니던 신세계푸드의 식품유통·제조 매출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46%에 이른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문 연 ‘버거플랜트’ 매장. /신세계푸드 제공
    신세계푸드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추진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플랜트’ 팝업스토어를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중에 첫 공개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말 버거플랜트를 정식으로 선보여 점포 수를 3년내 1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직영 출점으론 3년내 100여개 출점이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의 식품 사업 진출 배경엔 정체 상태인 오프라인 유통업 현황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유통시장 총 매출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1%와 20.5%로 총 39.6%를 기록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국내 대형마트 매출 규모는 3년 연속 역신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이 침체를 보이며 차세대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다"며 "식품 등 PB 상품과 해외 진출에 내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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