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최저임금 인상분 대기업에 받아라?…실효성 있을까

조선비즈
  • 전재호 기자
    입력 2018.06.13 10:00

    다음달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오른 중소기업은 원청업체인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작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할 경우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대기업에 일방적인 이해를 강요한다”며 불만인 상황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하도급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이 확대된 하도급법 및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 달 17일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대금 조정 신청 요건이 ‘원재료 가격 변동’이었는데, 다음 달부터는 요건이 노무비, 공공요금 등을 포함한 ‘공급 원가 변동’으로 달라져 △노무비가 하도급 계약금액의 10% 이상 차지 △최저임금 5% 이상 상승 △노무비 외 비용 상승액이 잔여 하도급대금의 3% 이상인 경우 중소기업은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업체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플라스틱 도금 작업을 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납품단가가 인상되지 않으면 경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2~3월 대기업과 하도급 거래를 하는 중소제조업체 504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업체 10곳 중 7곳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 업체는 37.2%에 불과했다. 응답업체의 58%는 작년에도 원가가 평균 6.6% 올랐지만,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답한 비중은 17.1%에 불과했다. 대부분(76.2%)은 변동이 없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대기업이 보복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부는 민간하도급 시장에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단가에 반영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민간에만 맡기면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 선박부품업체 관계자는 “최저가를 써낸 순서로 3곳에만 물량을 주겠다고 한 뒤 각각 가격을 써내면 3곳 모두에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단가에 얼마나 반영했는지 정부가 점검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대기업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는 것을 경영상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75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 자료를 보면 42.2%(복수응답)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원자재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을 꼽았다.

    대기업들도 불만인 상황이다. 중소기업 최저임금 인상분을 단가에 반영하면 최종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여유가 있는 것은 맞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뒤 중소기업이 반발하니 인상분을 대기업에 받으라는 것 같다. 대기업에 일방적인 이해만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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