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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배터리 CATL, 상장 첫날 44% 급등에 담긴 3가지 메시지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6.12 08:45

    3년 연속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의 힘...정부보호막 덕...중국 기업에 스며든 日 기업
    독일에 해외 첫 공장 추진...중국 토종기업은 물론 BMW 벤츠 등도 고객사로 확보

    중국 증권시보는 11일 선전 증시에 첫 유니콘이 떴다며 청위친 ATL 전 총재가 창업한 CATL의 상장을 조명했다./증권시보
    중국 증권시보는 11일 선전 증시에 첫 유니콘이 떴다며 청위친 ATL 전 총재가 창업한 CATL의 상장을 조명했다./증권시보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체인 CATL(寧德時代)이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 상장 첫날인 11일 가격제한폭인 43.9% 올라 36.2위안에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하루 주가 등락한도가 10%이지만 상장 첫날은 44%까지 허용한다.

    일본 TDK의 100% 중국 자회사인 배터리 업체 ATL로부터 2011년 12월 분사해 자본금 100만위안(약 1억 7000만원)으로 설립된 CATL은 7년도 안돼 시가총액 786억위안(약 13조 3620억원)의 상장기업이 됐다. 이 회사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4억 6200만위안(약 9285억원)으로 2009년 중국판 코스닥인 창업판이 설립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중국 언론들은 CATL 주가가 일주일 상한가를 치면 시총이 1393억위안(약 23조 6810억원)에 달해 원스(温氏⋅11일 기준 1214억위안)를 제치고 창업판 시총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발행가(25.14위안) 기준 주가주익비율(PER)이 22.99배로 주력사업이 비슷한 기존 중국 상장사의 작년 평균 PER 44.05배의 절반 수준에 그쳐 주가 상승공간이 크다는 낙관론도 넘친다. 주주 명단에는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등이 올라있다.

    CATL의 상장은 중국에서 잇따르는 또 하나의 성공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힘 △정부 보호막 리스크 △중국 기업에 스며든 일본기업의 전략을 되돌아 보게 한다.

    ♢3자리수 성장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동력

    中 전기차 배터리 CATL, 상장 첫날 44% 급등에 담긴 3가지 메시지
    CATL은 지난해 BYD를 제치고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에 올랐다. CATL의 중국 시장에서의 약진은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2014년 8억 6700만위안(약 147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99억 9700만위안으로 3년새 22배 증가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계 1위에 오를만큼 빠른 성장을 한 덕택이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폭발적이다. 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5월 판매 동향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보다 125.6% 증가해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율(9.6%)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이 2010년부터 제공해온 전기차 보조금을 2020년 폐지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2016년 대비 20% 줄이는 등 큰폭으로 감축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잇따라 차량 운행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13차 5개년 규획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자동차 판매량은 200만대로 지난해 77만대의 3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전략신흥산업 연구 싱크탱크인 GGII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판매량 기준)에서 CATL은 점유율 27%로 2위인 BYD의 16%보다 11%포인트 앞섰다.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는 초기 고성장에 안주해 3원계 배터리로 넘어가는 기술 추세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주로 자사 생산 전기차에 공급하는 데 주력한 탓에 CATL에 경쟁력에서 밀렸다”고 분석했다.

    CATL은 올해 들어서만 44개 완성차업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벤츠, 폭스바겐, BMW 등의 중국 합작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달 일본 자회사 개업식을 갖는 등 일본계 자동차업체의 중국 합작공장 납품 확대를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TL은 IPO 조달자금을 푸젠(福建)성에 24개 생산라인을 깔고, 연구개발을 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생산능력이 23GWh에 달한 CATL은 이를 2020년 5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CATL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텅(拜騰)이 11일 5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하면서 내놓은 투자자 명단에도 올랐다.

    ♢정부 보호막...사드보복 수혜

    中 전기차 배터리 CATL, 상장 첫날 44% 급등에 담긴 3가지 메시지
    CATL의 성장 배경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과 보호주의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발업체인 한국의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일본의 파나소닉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보호막을 친 덕이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합작공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를 출시하면서 CATL 배터리를 채용했다. 당초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보조금을 받기 힘들게 돼 중국 기업 배터리로 바꾸게 된 것이다.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의 경우 지난해 일부 모델에 한해서만 자사 배터리 탑재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에 2016년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지어 진출했음에도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사드보복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중 산업장관회의에 앞서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베이징벤츠 모델이 형식 승인을 통과하고 한국의 배터리 3사 중국 법인이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로부터 첫번째 배터리 우수기업 화이트리스트에 선정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禁韓令)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중국에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우선 형식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여긴 완성차업체들이 형식승인조차 신청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감안하면 형식 승인 자체는 긍정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 보려면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東風)르노와 둥펑웨다기아(東風悅達起亞)가 형식승인을 신청한 5종의 전기차 모델이 이번에 탈락한 사실도 곱씹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SK 배터리에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LG화학 배터리는 거부한 이유가 뭘까. LG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신청했다가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한 둥펑자동차는 먀오웨이(苗圩) 공업신식화부 부장(장관)과 인연이 깊다. 먀오 부장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둥펑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자동차 전문가다.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영업한 게 아니라 둥펑자동차가 나서서 LG배터리 탑재 모델로 형식승인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LG배터리 탑재 둥펑 전기차 모델의 형식승인 여부를 금한령 해제를 가늠하는 잣대로 보는 분위기였지만 형식승인 대상에서 떨어진 것이다.

    CATL이 해외 첫 공장을 독일에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전시회에 출품한 모습. /CATL
    CATL이 해외 첫 공장을 독일에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전시회에 출품한 모습. /CATL
    반면 형식승인을 통과한 베이징벤츠의 전기차 모델은 SK 배터리 셀을 납품받은 벤츠의 계열사 독일 공장에서 만든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한국 SK의 배터리인지, 독일 벤츠의 배터리인지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특히 이번 형식승인 여부가 5월 4일 확정됐는데도 길어야 사흘 이내 발표하던 과거와는 달리 2주를 훨씬 넘긴 22일 발표된 점도 주목된다. 5월 22일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중(5월 24~25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때문에 중국 자동차업계에선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베이징벤츠 모델의 형식승인 통과를 중국 당국이 메르켈에 보낸 ‘선물’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중독일대사관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를 주로 쓰는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당국에 한국 배터리를 써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해왔다.

    CATL은 최근 국가첨단기술 산업표준화 시범기업으로도 선정됐다. 16개 시범기업중 하나로 배터리 기업으로서는 유일했다. 향후 3년간 중국 표준은 물론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 참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키우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CATL은 유럽 공장 건설도 추진중이다. 이달초엔 CATL 첫 해외 공장이 독일 튀링겐주에 세워질 것이라는 독일 언론의 보도가 나왔었다. CATL의 진짜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기업의 중국에 ‘조용히 올라타기’ 전략

    지난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출품된 중국 바이텅의 전기차. CATL은 바이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바이텅의 주주로도 떠올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지난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출품된 중국 바이텅의 전기차. CATL은 바이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바이텅의 주주로도 떠올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CATL의 질주에 소리없이 웃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TDK다. 이 회사의 중국 자회사인 ATL(新能源科技) 공동창업자 청위친(曾毓群)이 2011년 분사해서 CATL을 만들었다. ATL은 1999년 설립된 리튬이온전지 기업으로 중국에서 ‘리튬전지 사관학교’로 불릴만큼 배터리 인재를 많이 배출한 기업이기도 하다. 2005년 TDK 자회사로 편입됐다.

    ATL은 CATL 설립 초기에 지분 15%를 보유했지만 2014년 지분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사 이후에도 ATL 총재를 한 때 겸직했던 청위친 CATL 회장은 100% 지분을 가진 루이팅(瑞庭)투자를 통해 CATL 지분 29.2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박사를 받은 청위췬은 스스로 발명한 특허도 10여건에 이를 정도의 기술 전문가다.

    지분관계는 정리됐지만 ATL과 CATL은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선 CATL로부터 기술 로열티 형식으로 ATL로 수익이 흘러갈 것으로 추정한다. ATL과 CATL 모두 푸젠성 닝더(寧德)에 공장이 있다. 닝더는 청위친 회장의 고향이다.

    CATL이 신생기업임에도 BMW의 중국내 전기차 배터리 유일 협력업체로 지정되면서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대형 자동차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게된 배경에도 애플 아이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ATL의 기술력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ATL은 중국에서도 토종기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을 만큼 TDK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낮은 포복’ 경영을 해왔다. ATL이나 CATL 모두 잘 나갈수록 일본 기업이 조용히 돈을 버는 것이다.

    CATL은 중국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중화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지수’에서 기업가치 1000억위안(약 17조원)으로 5위에 올랐다. 3위 샤오미(小米)가 홍콩 증시에 상장신청을 한데 이어 중국 증시 1호 CDR(중국예탁증서) 신청을 하고, 앞서 폭스콘이 이달 8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것과 맞물려 중국 유니콘의 상장러시를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상장심사를 단축하고, 차등의결권과 ‘계약통제모델(VIE, Variable Interest Entity)’ 방식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CDR 발행 형식으로 중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 유니콘 상장 촉진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기업이 중국인을 상대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로 해외증시에 상장해 해외투자자들과 성과를 공유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개인이 홍콩 증시를 제외하곤 해외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CDR 발행기업 목표를 당초 2~3개사에서 최근 3~5개사로 높여잡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유니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가총액이 800억~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샤오미가 CDR 발행을 신청하면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70억위안(약 1조 19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1일자 평론에서 “과거엔 특정 프로젝트가 10년이 걸려야 10억달러의 가치를 평가 받았는데 지금은 3~4년만에 이를 달성한다”며 “‘기업가치 영웅’은 스타트업의 건강한 발전에 이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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