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깎인 가장, '투잡' 뛰고 '알바' 더 뛰라는 法"

조선일보
  • 전수용 기자
    입력 2018.06.12 03:06 | 수정 2018.06.12 10:58

    靑 국민청원 사이트에 하소연 빗발

    "최저임금 오르니 월급도 오를 생각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기본급 올랐다고 400%이던 상여금이 200%로 내려갔습니다. 이젠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시급(時給)으로 받는 근로자만 항상 그 자리네요. 올라갈 수가 없네요."(시급제 근로자 아내)

    "여가생활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부족해지는 월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한숨만 짓게 됩니다. 저에게 근로시간 한 시간 한 시간은 생명 같은 시간입니다."(안산 반월공단 근로자)

    청와대 국민청원 제안 인터넷 사이트에 다음 달 1일 '주(週) 52시간' 시행과 관련해 올라온 현장 근로자들의 하소연들이다.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필요한 정책"이라며 공감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임금 구조에서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하락 등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월급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투잡(two job)' 강요

    한 근로자는 "가족을 위해선 주 100시간도 일할 수 있다"며 "가정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대통령께서 무너뜨리려 하느냐"고 했다. '주 6일 60시간 일한다'는 근로자는 "평일 2시간 (더 일해) 시간외수당, 토요일은 휴일근무 수당으로 부모님 모시고 빠듯하게 산다"며 "주 52시간만 일하면 최저임금으로 200만원도 못 받는다"면서 근로시간 단축 철회를 요청했다. '세 아이 아빠'라는 부산의 근로자는 "3자녀 키우기는 혼자 12시간씩 2교대 7일을 일해도 힘들 지경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월급이 줄어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할 지경이라는 하소연도 많다. 중소기업 다니는 가장(家長)은 "저녁요? 주말요? 돈 없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 있습니까"라며 "가장들 '투잡' 뛰고 '알바' 더 뛰라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근로자도 "주말에만 일할 수 있는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하는 투잡 인생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월급이 350만원에서 251만원으로 줄었다는 근로자는 "팔자에도 없는 대리운전 기사 하게 생겼다"고 썼다.

    ◇"근로자도 사용자도 불만, 정부만 좋은 악법"

    다음 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앞서 벌써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도 많다. 사기업 사무직 직원은 "탁상공론하시는 분들 생각과 다르게 근로자들은 추가 업무를 음성적으로나 '열정 페이'라는 명분 아래 눈치를 보면서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진행한다"고 했다. 다른 근로자는 "월급은 100만원이 넘게 줄었지만, 법정 근로시간 이외 일은 강제 무료봉사가 된다"고 했다.

    정책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근로자는 "출근부터 귀가까지 13시간 이상 집이 아닌 곳에서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많은 분야 근무자에 동일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시행하기 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때우기 식으로 해결하는 습관들이(문제다)."(45세 여성) "산업별로 그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제빵기사) "쓴소리를 하자면 근로자에게도 득이 없고, 그렇다고 사용자에게도 득이 별로 없는 정부만 좋은 악법이요, 억지 법이다."(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