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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서 존재감 드러내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

  • 김민수 기자
  • 입력 : 2018.06.12 03:06

    10대 제약사 R&D 투자액 1조원 넘어서
    항암 신약물질, 美 암학회서 관심 한 몸에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10대 제약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지난해 1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올 4월 초 각 기업이 공개한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매출 상위 10개사의 R&D 투자 비용 합계는 약 1조23억원으로 2016년(약 9730억원)보다 3%가량 늘어났다.

    화이자나 로슈, 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 기업이 혼자 연간 10조원 이상 R&D에 투자하는 것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R&D 투자를 늘려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산업계의 '각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시장서 존재감 드러내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
    게티이미지코리아
    늘어난 투자 만큼 바이오산업 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가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라젠, 코오롱생명과학이 바이러스 항암제, 유전자 치료제라는 새로운 바이오의약품 영역을 각각 개척하며 'K 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논란과 바이오 업체의 R&D 비용 자산 처리 논란 등 금융발 위기가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회계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한편, 국내 위기의 파고를 글로벌 시장과 무대에서 넘는다는 계획이다.

    ◇ 셀트리온 끌고 일동·중외 밀고...10대 제약사 R&D 투자액 1조원 시대

    글로벌 시장서 존재감 드러내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

    작년 R&D 투자에 가장 큰 비용을 투자한 기업은 셀트리온이다. 국내 상위 10대 제약바이오기업 중 유일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은 작년 2270억원을 R&D 투자에 썼다. 셀트리온의 작년 매출액은 9491억원으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이 작년 1706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셀트리온의 뒤를 이었으며 유한양행(1037억원)·GC녹십자(1166억원)·대웅제약(1142억원)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종근당이 989억원, 동아에스티가 812억원, 일동제약이 483억원, JW중외제약이 349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과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선진국 시장 안정적 진입 등에 자극받아 업계의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는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무대서 인정받는 'K 바이오'

    국내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논란과 관계없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역량은 해외에서 글로벌 임상 전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18 미국 암학회(AACR)'에서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제약기업과 신라젠 등 바이오기업들이 항암 신약물질을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미국 암학회는 세계 최대 규모 암 연구 관련 행사로, 약 2만여명의 전문가가 행사를 찾아 신약 개발 트렌드를 공유하고 각자 협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물색한다.

    한미약품은 항암 신약 후보물질 3종을 AACR에서 발표했다. 특히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이 다른 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전임상 결과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유한양행도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 신약 '타그리소'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비소세포폐암 신약 'YH25448'의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은 6월 1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임상 연구 결과를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 기술 수출 모델 한계 뛰어넘는 시도도 이어져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대박과 잇따른 계약 해지 등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준 충격은 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산업 전반에 심어줬지만 신약 개발 단계별 로열티를 받는 기술 수출 모델의 한계도 드러낸 경험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GC녹십자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연간 생산 능력(혈장 처리 능력) 100만L 규모의 혈액 제제(血液 製劑)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녹십자로 성장하기 위한 큰 발판을 마련했다. 단순히 혈액 제제 단일 제품의 북미 현지 출시라는 의미를 넘어 GC녹십자의 시장이 본격적으로 선진국으로 확대되는 의미가 있다.

    JW중외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그룹 산하의 일본 제약사 쥬가이제약과 합작 바이오벤처 C&C신약연구소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 기회를 노리고 있다. JW중외제약과 쥬가이제약은 25년 동안 기초 연구 분야에 1200억원을 투자하며 통풍 신약 연구에 성공하고 항암 신약 등 글로벌 혁신신약을 연구 중이다. 기초 연구 단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고 상용화까지 협력하는 모델인 셈이다.

    이정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제약산업은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 윤리경영 등 주요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제약바이오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시각을 바꾸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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