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나온 '주 52시간 근로' 가이드라인…’접대’는 상사 결제 받아야 업무 인정

조선비즈
  • 조귀동 기자
    입력 2018.06.11 15:10 | 수정 2018.06.11 15:20

    회식은 근로시간 포함 안돼…사용자 ‘지시’가 핵심 기준

    고용노동부는 11일 다음달 1일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실시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발간했다. 또 휴식 및 대기시간, 교육시간, 출장, 접대, 회식 등의 근로시간 포함 판단 기준과 해석도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제도 시행 20일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일선 사업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늑장 대응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 쉬고 있어도 언제라도 업무 지시 가능하면 ‘근로’

    먼저 고용부는 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서 ‘지휘, 감독’은 묵시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사용자가 지시했으냐 여부와 업무가 직무와 얼마만큼 상관이 되어있느냐가 중요한 지표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받는지가 보조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무엇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지 따져봐야할 요소가 많아 사례별로 각각 다른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원칙이 가장 중요한 곳은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이 불분명한 운전기사 등의 직군이다. 고용부 해석은 휴게 시간이라도 언제라도 업무 지시를 받고 일을 해야한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다만 휴게시간이 명확히 구분되고, 그 시간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벗어날 수 있다면 휴게시간이 된다.

    교육 시간의 경우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안전 교육 등 회사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돼있는 교육의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하지만 직원들이 교육을 받아야하는 의무가 없고, 교육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직업능력훈련의 경우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법’에 의거한 훈련계약을 체결했다면 해당 법률 규정에 따른다. 하지만 훈련계약 없이 직업능력 계발 훈련이 이뤄질 경우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가령 회사에서 근무 시간 이후 직원 대상 IT 기기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자체적으로 실시한 경우 연장근로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 접대는 ‘관리자 승인’ 있어야 ‘근로'…친목도모용 회식은 불인정

    영업직군 등에서 잦은 저녁 시간 접대의 경우 “사용자의 지시 또는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근로시간으로 인정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고용부는 접대성 휴일 골프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쟁점이었던 서울중앙지법 2017년도 판결를 인용했다. 법원은 회사에 휴일 골프 상황을 공식 서류 등으로 보고하지 않았던데다, 원고(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일 골프를 칠 동기가 있었고 라운딩 장소나 시간도 임의로 정했다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정책관은 “사용자 지시나, 최소한 누구를 만난다고 보고하는 절차로 사실상 승인을 받을 경우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회식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고용부는 명시적으로 해석했다. “기본적인 노무 제공과 상관없이 사기 진작이나 조직의 결속 또는 친목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그 근거다.

    회사 업무와 관련해 야간이나 휴일 등에 이뤄지는 워크숍, 세미나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고용부는 봤다. 하지만 직원간 단합차원에서 이뤄질 경우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장의 경우 “노사 합의하에 통상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근로시간에 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탄력적 시간근로제 등 가이드라인은 6월말 예정...늦장 대응 비난 고조

    탄력적 시간근로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시간근로제 등 유연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유연근로시간 제도는 제품·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장시간 근로가 필요한 IT(정보기술) 업종이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장 근로가 잦은 공장들이 노동시간 단축 대응책으로 문의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김 실장은 “쟁점들이 많은 사안이라 사례별 분석과 외부 자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쓸 수 있는 활용 매뉴얼 등을 6월 마지막 주에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하다 이제서야 늑장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2월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서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국회 환노위는 근로시간 단축 범위 및 시기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심의했었다. 국회 환노위는 고용부에 해당 시나리오 별 영향 평가도 의뢰한 바 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하는데 대기업은 준비가 충분히 돼 있고, 대기업 계열사도 (준비가) 돼 있다”며 기업 현실을 외면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발언에 대해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업들이 정부가 아니라 로펌에 문의해 자체 가이드라인을 짜다 보니 로펌 내에서 가장 바쁜 부서가 HR(인사노무)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장관이 정말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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