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이코스를 위한 변명

입력 2018.06.09 04:00

2010년쯤인 것 같다. 롯데에서 라면이 나왔다. ‘롯데라면'. 롯데마트에서 팔았는데 국물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났다. 농심 ‘신라면'을 제치고 판매 1위를 하기도 했다. 비결이 뭘까 궁금해하다가 성분표를 봤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식품을 팔 때 포장지에 주요 성분을 표시하게 돼 있다.

롯데라면 포장지를 보니 성분 중에 글루탐산나트륨(MSG)이 있었다. 롯데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MSG가 몸에 나쁘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꺼리는 성분인데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변이 명쾌했다. “몸 생각하면 라면 먹으면 안 되지요.”

그렇다. 이미 라면을 먹는 순간,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순간 이게 혀에는 좋을지 몰라도 몸에는 안 좋다는 거 다 안다. 알면서도 먹는 거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피지 않는 분들은 폐암 가능성 등 담배의 유해성을 이야기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모르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이미지로 인기를 끄는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5종이나 나왔고, 타르도 태워서 피우는 일반담배보다 많다고 발표했다. 전자담배도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당연히 유해성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어쨌던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담배회사들이 궐련형 전자담배가 ‘몸에 덜 해로운' 것으로 홍보했다고 정부나 금연운동 하는 분들은 뭐라 하는 듯하다. 그런데 정작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가 그렇지" 하며 몸에 나쁜거 안다. 농담처럼 “내 한 몸 희생해서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는 거야" 하는 사람도 있다.

새삼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음모론도 솔솔 퍼진다. 당장 담뱃세 인상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세금을 걷는데, 태우든 찌든 똑같이 담배가 해롭다는 결과가 나온 이상 세금만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거다. 세수를 늘리려고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이야기한다는 세간의 추정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당장 담뱃세 조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흡연자 대부분은 믿지 않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채용확대에 보편적 복지 확대 등 정부 예산 지출이 많은데, 재원을 마련할 방안은 찾기 쉽지 않으니 ‘죄악세'인 담뱃세를 건드릴 거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박근혜 정권은 국민건강 등을 이유로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자 세수만 무려 11조원가량 늘어난 ‘달콤한' 경험을 했다. 이번 정부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담배뿐 아니다. 길거리서 숨 쉴 때 흡입하는 미세먼지,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꼬리를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견공들이 흘리는 ‘털' 등등….농약이나 비료를 안 쓰고 빗물과 볏짚 등으로 키웠다는 유기농 채소도 마찬가지다. 내리는 비가 하늘에 가득한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흠뻑 빨아들여 쏟아지는데, 그거 먹고 자란 채소가 우리 몸에 좋을까 싶다. 심지어 몸이 아플 때는 방사능 위험을 감수하고 ‘몸에 해로운' X레이 촬영을 한다.

그런데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것 중에서 유독 담배만 ‘공공의 적'이 됐다. 그래서 애연가들이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를 찾는 것 같다. 냄새가 덜 나니 다른 사람에게 피해 덜 주고, 옷에 냄새도 덜 베인다는 이유에서다.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몸에 덜 해로워서 사용한다고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흡연자는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거 안다. 그것을 감수하고 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론은 간단하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정말 걱정한다면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 된다. 정말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갑에 ‘흉측한' 사진 붙일 게 아니다. 담배를 끊으라고 보건복지부가 홍보하지 말고, 담배 판매 회사를 없애면 된다. 마약처럼 몸에도 안 좋고 폐암 등 수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흉을 못 팔게 하면 된다. 그러면 몸에 나쁜 줄 알지만 습관적으로 피우던 사람들도 법으로 금지됐으니 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청소년들이 밤늦게 게임을 하니까, 일정 시간대 이후로는 청소년의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 법을 제정, 시행했다. 담배라고 못할 게 뭔가.

정부가 정말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게 맞다. 국민 건강을 갉아먹는 ‘독약' 판매를 허용하면서 거기서 많은 세금을 걷고, 그 세금 내는 사람들이 손가락질받게 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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