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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쥐고 흔든다

  • 성호철 기자
  • 입력 : 2018.06.05 03:08

    모바일 생태계 장악하고 쇼핑·음원까지 확대… 한국은 구글의 무덤? 이젠 구글의 텃밭

    국내 모바일 시장에 '구글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구글이 동영상·앱장터는 물론이고 지도·검색·음원·쇼핑에 이르기까지 주요 앱(응용 프로그램)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네이버·다음 같은 토종 인터넷기업이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 '구글의 무덤'으로 불리던 시장이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구글의 주요 앱들이 스마트폰에 선(先)탑재되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자사의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에 주요 앱을 미리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선점에 유리한 입장이다.

    구글이 쥐고 흔든다
    구글은 최근 '구글 쇼핑'의 한국용 베타 사이트(시험판)를 공개했다. 구글 쇼핑은 네이버의 쇼핑처럼 온라인 쇼핑몰의 주요 상품을 종합해 노출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시험판이기 때문에 구글 쇼핑의 제품을 클릭해도 실제 구매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 쇼핑이 연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또 연내에 유료(有料) 음원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도 한국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월 이용료 9.99달러(약 1만700원)로 첫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유튜브의 이용자에게 음악 곡수의 제한 없이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유튜브 이용자가 2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구글 입장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글코리아 측은 "제한적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구글 쇼핑의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진출 시점 등) 추가로 확인해줄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구글의 한국 모바일 시장 장악 '초읽기'

    국내 이용자들의 주요 모바일 앱 사용시간 외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의 한국 모바일 인터넷 시장 장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당장 한국 이용자의 모바일 앱 총 사용 시간에서 구글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넘어 1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최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앱 사용 시간'에서 구글은 지난 4월 유튜브, 구글, 크롬 등 총 54개 앱을 통해 총 313억분(分)의 사용 시간을 기록했다. 총 305억분인 카카오(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다음 등 총 73개 앱 운영)와 201억분에 그친 네이버(네이버, 밴드, 네이버지도 등 52개 앱)를 앞선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카카오가 압도적인 1위(349억분)였고 구글(237억분)과 네이버(216억분)가 경합하는 형국이었지만 1년 새 구글 독주가 뚜렷해진 것이다.

    구글 독주의 선봉인 유튜브는 모바일 동영상 시장 1위는 물론이고 이제는 무료 음원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모바일 이용 형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43%가 모바일 음원 감상할 때 유튜브를 사용해 카카오M의 멜론(28.1%)을 압도했다. 유튜브는 현재 유료 동영상·음원 감상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통해 벌써 20만~30만명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음원 전용 앱인 유튜브 뮤직 프리미엄까지 나오면 파괴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유독 한국에서 고전하던 구글 지도도 1위로 올라섰다. 구글 지도는 지난 4월 순 이용자 수 832만명으로, 네이버 지도(777만명)와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앱 T맵(756만명)을 모두 제쳤다. 앱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60.7%의 점유율로 애플의 앱스토어(24.5%)와 토종 경쟁 업체 원스토어(11.6%)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검색에서도 구글앱은 이용자 수가 2100만명까지 늘며 네이버앱(약 2260만명)을 뒤쫓고 있다.

    맹위 떨치는 구글의 선탑재 파워

    구글의 질주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선탑재라는 강력한 무기 덕분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매년 1800여만명의 이용자가 새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마다 자사의 앱을 깔아야 하지만 구글 앱은 자동으로 깔린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을 사면 유튜브·구글 플레이스토어·구글·구글지도·크롬·지메일·구글드라이브 등 총 11개의 구글 앱이 깔려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이런 선탑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미 국내 모바일·인터넷 시장에서 네이버에 이은 매출 2위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앱 판매액(4조8810억원,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 추정치) 가운데 30%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 규모만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유튜브의 광고 매출도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여기에 구글 검색 광고료까지 합치면 매출 규모는 더 커진다. 토종 경쟁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작년 국내 매출은 각각 2조9000억원과 1조9000억원 정도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신규 진출할 구글쇼핑과 음원 시장에서도 치고 올라오면 한국 인터넷과 쇼핑·음원 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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