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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D램 코리아' 견제 나선 중국 정부...가격담합 입증 쉽지 않아

  • 황민규 기자
  • 입력 : 2018.06.04 14:53 | 수정 : 2018.06.04 17:07

    14년전 美 법무부서 ‘담합 철퇴’ 벌금…이번엔 다르다
    “D램 가격 책정 과정, 투명해…담합 입증 힘들 것”
    자국 IT 산업 보호 위한 中 정부의 정치적 제스처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빅3를 상대로 반도체 가격 담합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 조사기구'는 지난달 31일 이들 3사의 중국 사무실이 있는 사무실이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에 직원들을 파견해 가격 담합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사업장 전경. /각사 제공
    (왼쪽부터)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사업장 전경. /각사 제공
    이미 지난 해부터 중국 정부는 D램 가격 고공행진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의 면담에서는 모바일 D램 가격을 조정하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지난달 마이크론과의 면담에서 PC D램 가격 상승 및 반도체 장비 공급 제한과 끼워 팔기 등과 같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간 담합 증거를 포착하고 나서 해당 기업들을 압박하는 과정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국 IT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압박 카드 정도라는 얘깁니다. 또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 담합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14년전 美서 유죄판결, 이번엔 다를까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가격 담합을 했다는 의혹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4년에도 미국 법무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독일 인피니언, 마이크론 등 4개 업체에 대해 D램 가격 담합을 이유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3억달러(약 3200억원), 1억8500만달러(약 2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해당 사건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에게 '담합 의혹'은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따라붙어 오히려 가격 책정에 대한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자리잡게 됐습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예방 주사를 맞은 셈입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D램 시장은 수요자(PC업체)와 공급자(반도체 기업) 간의 보이지 않는 힘 대결이 심했던 시기"라며 "PC업체들은 D램 가격을 낮춰 마진을 높이기 위해 암암리에 메모리 기업 간 치킨게임을 유발시켰고, D램 기업들은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대를 맞추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이후 이례적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D램 가격은 세 기업의 담합 때문이 아니라 말그대로 D램 공급량 자체가 이전처럼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기업의 미세공정 기술은 '마의 벽'이라고 불리는 10나노급에 진입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공정이 매우 복잡해지면서 과거처럼 공정 전환에 따라 생산량이 늘지 않고 있습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 20나노 4기가비트 DDR3 D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20나노 4기가비트 DDR3 D램. /삼성전자 제공
    ◇ D램 가격 2년째 고공행진…본질적 원인은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압박 카드를 내세운 건 자국의 모바일, IT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가깝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특히 화웨이, ZTE 등 중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D램을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설적인 건 중국 기업들이 D램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모바일 D램의 경우 수년전부터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공격적으로 D램을 매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대량의 D램 공급을 요구한 사례도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의 '큰손'이 과거에는 PC업체, 모바일 기업들이었다면 현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메모리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지난 해부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대에 사활을 건 IT 기업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D램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가격 담합은 이전과 달라진 D램 수급 구조에서 발생한 오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특히 문제의 발단이 된 중국은 자국 D램의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국 IT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스추어일뿐"이라며 "실질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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