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출한 한국형 원격진료, 정작 한국선 사용불가

조선일보
  • 박건형 기자
    입력 2018.05.30 03:09

    [미래산업 전쟁… 한국이 안 보인다]

    KT와 분당서울대병원은 올해 연말까지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한다. KT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6박 7일간 운행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모바일 건강진단 설루션을 구축해 혈액과 소변 검사, 초음파 검진을 진행하고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진단 결과는 열차가 지나는 지역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돼 위급 시에는 의사 처방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

    KT가 이 시스템을 한국이 아닌 통신망이 열악한 러시아에 먼저 설치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는 의료법 등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시범 서비스도 힘들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한국의 앞선 IT(정보기술)와 의료기술로 원격의료 기술을 개발하고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보니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의료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루닛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을 AI에 학습시켜 폐암 진단 정확도를 기존 엑스레이 진단보다 14%나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문제는 루닛이 개발한 서비스가 클라우드(인터넷 가상 저장 공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클라우드로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불법이다. 루닛은 국내에서 허가가 나지 않자 지난 2월 중국 알리바바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루닛은 클라우드 정보 공유가 가능한 중국의 초대형 병원 10곳에 AI 기반 의료 영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어린이용 원격진료 체온계를 개발한 아람휴비스, 의료영상 AI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OBS코리아 등도 국내 규제에 막히자 중국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과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국내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해외에 나가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정부가 벤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게 아니라 국내 규제를 풀어주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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