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07조원 들고 미래기술 쇼핑… 이미 고객만 5억명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8.05.29 03:07

    [미래산업 전쟁… 한국이 안 보인다] 일본

    손정의 회장의 1000억달러 비전펀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은 세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기술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를 통해 거대한 글로벌 IT(정보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 1000억달러(약 107조2100억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했으며, 첫 투자처는 세계 최고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이었다.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243억파운드(약 34조7500억원)를 투자해 ARM을 인수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고 AI 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에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자했고,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AI 로봇 스타트업 브레인 코프, 자율주행차 기술 기업 나우토, 인공위성 스타트업 원웹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AI·자율주행차부터 우주까지 기술 전(全) 영역을 선점한 것이다.

    손 회장은 ARM 외에도 현재까지 세계 24개 스타트업에만 300억달러(약 32조2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작년 미국 벤처투자업계 전체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자금 규모(약 330억달러)와 맞먹는다. 벤처투자업계에서 조성한 자금이 곧바로 투자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손 회장 혼자서 미국 벤처투자업계 전체보다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손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다. 첨단기술이 적용될 경우 큰 수혜를 입는 차량 공유와 물류, 숙박 기업들도 손 회장의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라와 있다. 이 기업들의 특징은 광범위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손 회장은 차량 공유 시장에서 세계 1위인 미국 우버부터 중국 1위인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1위인 그랩, 인도 1위인 올라캡스 등에 투자해 세계 차량 공유 시장의 지배자 자리를 꿰찼다. 이뿐만 아니라 비전펀드가 소유한 차량 공유 기업들끼리는 지분을 사고팔거나 사업을 합병·매각해 미국·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 각 시장별 독점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국가들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과도한 경쟁 없이 단숨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손 회장은 차량 공유 외에도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업체인 위워크, 인도의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OYO룸스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손 회장이 투자한 기업들의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는 5억명이 넘는다.

    세계 IT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초대형 투자가 이제 출발선을 통과한 것이라고 본다. 그는 비전펀드를 조성하면서 "향후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 기술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100개의 기술 기업이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서로의 고객이 되고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마치 한국 재벌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압축 성장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옮겨놓은 듯하다.

    실제로 비전펀드가 투자한 인도의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OYO룸스는 소프트뱅크의 투자사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 또 비전펀드의 투자사인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함께 숙박과 차량 공유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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