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정기상여·숙식비 상징적 편입…실속은 노동계가 챙겼다

입력 2018.05.25 08:01 | 수정 2018.05.25 10:48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조선일보DB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숙식비, 통근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된다. 하지만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조건을 까다롭게 잡아서 실제 적용 대상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산입범위 확대라는 명분은 정치권이 가져갔지만, 실리는 노동계가 챙겼다는 평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5일 새벽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포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매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액의 25%, 식대·숙박비·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액의 7%를 넘는 부분만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 이하 수준의 정기상여금과 식대·숙박비·교통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외(外)라는 뜻이기도 하다.

현행 최저임금액은 기본급에만 적용돼 왔다. 이 때문에 인상률 결정 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또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지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은 훨씬 무겁다는 지적이 많았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실제로 적용되는 사업장이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기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23일 현재 최저임금의 1.2배 이하를 받는 조합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은 평균 월 2만6000원, 숙식비·교통비는 평균 월 9만9000원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안을 올해 최저임금(월 157만원)에 적용하면 정기상여금은 월 40만원, 숙식비·교통비는 월 10만원을 넘겨야 한다.

이번에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정기상여금은 매월 지급되는 것뿐이다. 상당수 기업에서 정기상여금은 분기(3개월) 등 2개월 이상 간격으로 지급된다. 환노위는 별도 조항을 신설해 사업주가 2개월 이상 주기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1개월마다 지급하는 형태로 취업규칙을 바꿔도 근로자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쳤을 경우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취업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협의가 필요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산입범위가 확대됐다지만 실제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줄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상여금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0년 최저임금 인상율을 2013~2016년 평균인 7.4%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각각 8087원과 8686원이다. 2017년 대비 각각 25.0%, 34.3% 높은 수준이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에 진입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정기 상여금 비중이 높아 연 급여가 2400만원이 넘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입범위 확대를 강경하게 반대하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환노위 통과를 ‘용인’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원래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은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렸어야 했던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 전문가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TF(특별팀)는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포함할 것을 권고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노동계가 여기에 반발하면서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에 나서게 됐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법 개정은 지지부진했다.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합의안이 가닥을 잡아나갔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에 소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 때에는 휴일 근로를 원천금지하는 비현실적인 방안까지 꺼내들면서 적극적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24일 정책 의총에서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했지만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하기도 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가 끝나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진다. 개정안은 2019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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