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분석과 전망

[단독] 지분 1% 넘는 외국투자사, 현대車 개편안 반대…국민연금 캐스팅보트 더욱 부각

  • 안재만 기자
  • 김유정 기자

  • 입력 : 2018.05.18 11:01

    현대모비스(012330)지분 1% 이상을 보유 중인 글로벌 투자회사 A사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086280)분할·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로 했다. A사는 이번 분할 합병안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측과 면담한 후 반대표를 던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18일 “반대 이유는 분할비율이 현대모비스에 불리하다는 분석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불투명한 이사회 운영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했기 때문으로 안다”면서 “엘리엇 측은 ‘이번 분할 합병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고, A사는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A사 외의 다른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엘리엇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여부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라 의결권 기준으로 주총 참석주주(3분의 1이상 참석)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가결된다.

    합병기준일(주주확정기준일)인 4월 12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49.3%(의결권 기준, 자사주 2.7% 빼고 계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분할 합병안 통과에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의결권 기준으로 현대차그룹(특수관계인 포함)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31.1%고 국내 소액주주 지분율은 9.6%다. 결국 지분 10.1%를 보유 중인 2대주주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29일 열린다.

    조선DB
    조선DB
    ◇ 엘리엇, 저지 실패하더라도 계속 공격…일부 외국인 투자자 ‘긍정적’

    복수의 글로벌 금융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엘리엇은 반대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크게 4가지를 약속했다. △현대차그룹 이사진 일부 교체 △배당성향 40%로 확대 △정례적인 자사주 소각 △금융 등 비(非) 자동차산업 계열사 및 부동산 매각 등이다. 4가지 요구 사항이 관철되면 주가 저평가가 해소된다는 게 엘리엇 측의 주장이다. 엘리엇은 또 이번 분할 합병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주주이익 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이번 주총이 실패하면 삼성물산 때처럼 팔고 떠나는 것 아니냐’는 일부 투자자의 지적에 ‘계속 노력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음은 아마 이사진 일부 교체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A사 외에도 일부 외국인 투자자가 엘리엇에 의결권을 위임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설명회에 다녀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차그룹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공격이 아니더라도 주주이익 활성화 정책을 펴야 할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10조5500억원을 베팅했을 때부터 외국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등을 돌렸다”고 했다.

    ◇ 그래도 외국인은 공동행동 어려워…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번 분할 합병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31.1%다. 기아차가 17.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7.2%, 현대제철 5.8% 등이다.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약 80%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22%의 지분을 더 모으면 되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분율이 50%에 육박하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많아 봐야 대부분 1% 안팎이라 공동 행동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조선DB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조선DB
    결국 의결권 지분 10.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한다면 분할 합병안은 통과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연금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국내외 의결자문사들이 대부분 분할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는 점이다. 글로벌 의결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 그리고 국민연금 의결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아직은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5월 중순 현재 현대모비스를 9.8% 들고 있지만(의결권 아닌 전체 주식 중 지분율), 현대글로비스는 이보다 많은 10.8%를 보유 중”이라며 “합병이 글로비스에 유리하다면, 이를 근거로 찬성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국내 운용사인 트러스톤은 현대모비스 분할 합병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은 0.09%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아직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