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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큰손' 부영,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되파는 이유는

  •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8.05.18 09:50

    ‘부동산 큰손’ 부영이 2016년 사들였던 옛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부영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여러 부동산 중 왜 이 빌딩을 되파는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부영그룹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을지빌딩을 되팔기로 했다. 이 건물은 서울 중구 을지로1가 87번지에 있는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4㎡짜리 대형 오피스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지하로 직접 연결된다.

    당시 부영은 3.3㎡당 2650만원, 4380억원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당시 단위 면적당 최고가를 찍었던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 매매가(3.3㎡당 2606만원)를 넘어섰다.

    부영은 앞서 옛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현 부영태평빌딩)을 사들였고 지난해에도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현 부영송도타워)과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을 사들이기로 하는 등 최근 몇 년 간 매입한 부동산 자산만 3조원에 이른다. 여러 부동산 중 을지빌딩이 매각 대상이 된 이유가 뭘까.

    부영이 사들인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조선일보DB
    부영이 사들인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조선일보DB
    부영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중 오피스, 특히 을지빌딩을 매각키로 한 것은 이 건물이 가장 빠르게 제값을 주고 팔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빌딩은 을지로입구역과 바로 연결되고 도심 한복판에 있어 부영이 보유한 빌딩 중 입지가 가장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2016년 인수전에도 부영을 비롯해 중국 안방보험(동양자산운용)을 비롯해 신한카드,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참여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에도 삼성SRA자산운용이 더케이트윈타워를 3.3㎡당 2810만원에 사들이기로 해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경신했고,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센트로폴리스’ 매각가도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등 도심권 빌딩 호가가 오르고 있어 매각 시기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사옥의 경우 부영이 지난해 12월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까지 잔금을 치를 예정이라 거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되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태평빌딩은 광화문 등 주요 도심과 거리가 있어 임차인들이 그리 선호하는 입지는 아니고, 송도는 서울 외곽 지역이라 선호도가 더 떨어진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부영의 새 먹거리였던 오피스 임대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도 건물 매각으로 귀결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을지빌딩 공실률은 40%에 달하고, 태평빌딩(40%)과 송도타워(33%)도 만만치 않게 비어 있다. 한때 대다수 층이 비었던 것과 비하면 나아진 상황이긴 하지만, 관련사업 경험이 부족한 부영이 높은 임대료를 고수해 공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득세 등 전체적인 부동산 거래 비용을 고려하면 부영이 3.3㎡당 2750만원, 4500억원대 이상으로 매물을 내놓아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심권 빌딩 인수전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공실이 많고 1989년 준공된 오래된 건물이란 점은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빌딩 전문 중개법인 관계자는 “부영이 산 가격이 높고, 공실도 적지 않아 매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매도인이 자산운용사 등이 아닌 기업이라 공실 보존 등 건물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옵션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입지가 가장 뛰어난 을지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건물을 사들인 후 공실은 계속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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