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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말라붙은 일자리

  • 김태근 기자

  • 이준우 기자

  • 입력 : 2018.05.17 03:08

    4월도 고용 증가 10만명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엔 악영향을 안 주고 있다고 강변하지만, 최근 나오는 각종 고용 지표들은 청와대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통계청은 16일 "4월 취업자 수가 268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2월과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취업자 증가 숫자가 정상 수준인 30만명의 3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취업자가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8월~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 정도면 고용 침체가 고착(固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도 반박하기 힘든 수준이다.

    고용 침체 고착화되나… 최악의 고용 한파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 지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작년 상반기 취업자 증가 수치가 워낙 좋아 상대적으로 올해 수치가 낮아지는 기저(基底)효과에서 찾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3~4월에는 취업자 증가가 40만명을 넘겼다. 올해 부진은 상당 부분 이에 따른 반작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올해 생산가능인구가 5만명가량 줄면서 고용 시장이 위축된 점이 고용 부진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제조업 경쟁력 저하에 따른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제조업 일자리 증가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일자리 통계에선 11개월간 증가세를 지켜오던 제조업 일자리가 4월 중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만8000개 줄어들었다. 장 실장이 발언한 바로 다음 날,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통계가 나온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으로 자영업종·단기 근로자들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도 여전하다. 지난달 단기 일자리가 많은 도소매업 일자리는 6만1000개, 숙박 및 음식점업종에선 2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또 최저임금의 영향이 큰 임시근로자(-8만3000명)와 일용근로자(-9만 6000명)의 감소 폭도 컸다. 2월부터 석 달째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일부 인정한다고 실토했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이 거의 없다'던 기존의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지난달에는 업종마다 일자리 한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드물었다. 특히 교육서비스업에서 4월에만 10만6000개의 일자리가 줄어 종사자들의 충격이 컸다. 교육서비스업은 유아 교육기관과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원 등을 지칭한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교육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작년 11월부터 6개월 내리 줄어들고 있다. 최근 서남대·한중대·대구외대 등 대학 구조조정이 잇따른 것도 영향을 끼쳤다. 부동산 급등에 기댔던 건설업도 일자리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3만4000명 늘었는데 이는 작년 4월 증가 폭인 16만6000명의 5분 1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조조정 충격과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악재(惡材)가 일자리 한파를 예상보다 길어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제조업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고용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신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을 하고 대학도 주입식에서 벗어나 4차 산업시대에 알맞은 창의성 교육으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서 확인된 사실"이라며 "저소득층 소득이 오르는 효과에 도취돼 기업 경쟁력 약화, 고용 악화 등 부정적 지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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