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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지배구조 놓고… 장기투자 vs 단기투자 勢대결

  • 류정 기자

  • 김지섭 기자

  • 입력 : 2018.05.17 03:08

    29일 모비스 주총서 결판… 상장사협의회, 엘리엇 비판 성명

    "한두 달 전에 주식 조금 산 단기 투자자가 한 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게 말이 됩니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현대차 지배 구조 개편에 '반대' 의견을 낸 사실이 알려진 15일 밤 현대차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고,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6일 현대차그룹은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하고 긴 반박문을 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한 기업을 일군 대주주와 단기 투기 세력 중 누가 기업의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겠느냐"며 "장기 투자한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지배구조 개편에 찬성 의사를 속속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지분 구조 외
    이날 2000여 개 상장사를 대표하는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도 엘리엇의 공격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간섭과 위협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구용 상장사협회장은 "2003년 SK, 2005년 KT&G, 2015년 삼성을 공격한 헤지펀드들은 각각 1년 만에 총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철수했는데, 현대차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고 했다.

    국내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찬성'하는 내부 안을 5인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위원회는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6일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를 잠시라도 상장해 적정가치를 평가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29일 현대모비스 주총은 단기적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엘리엇·ISS'와 현대차의 장기 비전을 지지하는 '대주주·장기투자자'의 표 대결이 될 전망이다. 9.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
    현대車 지배구조 놓고… 장기투자 vs 단기투자 勢대결
    현대차 반격… "장기투자자엔 이익 "

    ISS의 핵심 주장은 현대모비스·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 불리하고, 사업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엘리엇의 주장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순환 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국내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심각한 오류로 시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는 "모비스가 국내 AS·모듈 사업을 갖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비판에 직면한다"며 "분할·합병 비율에 따라 모비스 100주를 가진 주주는 모비스 79주와 글로비스 61주를 받게 돼 현재 주가로 계산해도 이익"이라고 밝혔다.

    이번 안이 '오너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엘리엇·ISS 주장에 대해 현대차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대주주가 1조원대 세금을 부담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며 "지주사로 전환하면 비용은 더 줄일 수 있지만 자동차에 필수인 금융 사업을 할 수 없고,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이 어려워 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도 이날 호소문을 내고 "미래 자동차 기술에 집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장기 투자자에겐 이익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국민연금 '외부 전문위원회'가 관건

    분할·합병안은 주주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모비스 지분은 현대차 계열이 30.3%, 외국인 투자자가 48.6%, 국내 기관·개인이 8.7%, 국민연금은 9.8%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캐스팅 보트(대세를 좌우할 표)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은 다음 주 중 민간위원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이번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이 정부가 추진하는 순환 출자, 일감 몰아주기 해소 같은 '재벌 개혁'의 일환이라는 점은 찬성할 명분을 준다. 그러나 글로벌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부담을 안게 됐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한국식 오너 중심 경영에 자극을 주는 순기능도 하지만, 목적은 기업의 미래보다는 단기 이익"이라며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차등 지급하는 기업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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