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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법정에 선 프랜차이즈

  • 유윤정 산업부 유통팀장

  • 입력 : 2018.05.17 06:00

    [팀장칼럼] 법정에 선 프랜차이즈
    “이번 정권, 참 두렵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조용히 숨 죽이고 살아야죠.”

    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 업체 임원의 말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이 사주 일가의 잘못된 사익 추구 행위로 귀결되는 데 대한 불안과 불만이 교차하는듯 했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잇따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본죽, 원할머니보쌈, 탐앤탐스 등 많게는 1700여곳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는 상호·특허 상표·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이 소매점과 계약을 통해 상표의 사용권, 제품의 판매권,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 골자다.

    상표권은 가맹본부(회사)의 자산이다. 이 상표권을 대가로 수백, 수천곳의 가맹점으로부터 사용료를 받는다. 그런데 본죽, 원할머니보쌈 오너는 이 상표권을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하고 수십억원의 사용료를 받아 챙겼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급성장한 프랜차이즈 산업의 어두운 이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사업이 커지고 조직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 더 큰 능력과 힘이 주어지지만 욕구와 위험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오너들은 가맹점의 눈을 피해 사익을 챙기고 싶은 유혹에 흔들린다.

    대표적인 것이 ‘장려금’이다. 장려금은 납품업체가 가맹본부와의 사전약정에 의해 프랜차이즈에 지급하는 현금이다. 자사 제품을 사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가맹점이 많을수록 장려금 규모는 커진다. 구매력이 그만큼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주를 위해 가성비 좋은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통상 장려금을 많이 주는 납품업체를 선택한다.

    장려금은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꼬리표가 없다. 가맹점주들도 본사와 납품업체간 오고 간 장려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오너들이 이 장려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탐앤탐스 김도균 대표는 2009∼2015년 우유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장려금 수억원을 빼돌린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커피전문점은 카페라떼·카푸치노 등을 만들때 많은 양의 우유를 사용한다. 우유 제조업체들은 한 팩(1L)당 100∼200원을 커피전문점 본사에 장려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을 김 대표가 빼돌렸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역시 주류업체로부터 맥주·소주 등의 납품 대가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장려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사 맥주만 독점 계약하는 대가로 장려금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했다.

    이런 사익추구 행위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만연해 왔다. 동일한 잣대로 수사가 확대된다면 검찰의 칼끝으로부터 자유로울 업체가 있을까.

    이번 사건으로 프랜차이즈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투명한 경영’이다. 얻은 이익(장려금 등)을 각 가맹점에게 합당한 몫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구입강제품목을 통해 높은 유통마진을 챙기는 현행 프랜차이즈 운영방식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 미국의 버거킹, 던킨도너츠는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해 가맹점의 원재료 구입비용을 절감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로운 사회는 소득과 부를 올바르게 분배한다”고 했다. 합당한 로열티는 받되, 잉여의 이익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과 나눠야 한다. 이것이 문 정부가 강조한 ‘정의’다.

    프랜차이즈는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보 정권이라서 이런 일이 터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남들 다 하니 괜찮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프랜차이즈의 미래는 암담(暗澹)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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